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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롯데월드 불나면 계단 탈출에 2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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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 잠실에 건설 중인 제2롯데월드(지상 123층, 555m)의 안전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제2롯데월드의 꼭대기층인 123층에서 지상까지 특별피난계단을 이용해 이동할 경우 두 시간 가까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피난계단과 승강기를 이용할 경우에도 한 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서울시의회 도시안전위원회가 지난 5일 롯데월드타워 건설현장을 방문해 안전 점검을 실시한 결과다.

 롯데가 세운 피난계획에 따르면 제2롯데월드에는 5개(24층, 50층, 70층, 88층, 112층)의 피난안전구역이 설치된다. 화재가 발생할 경우 가장 가까운 피난안전구역으로 모여 피난용 승강기(17대)를 이용해 탈출하게 된다. 피난용 승강기 외에도 특별피난계단 등을 이용해 대피를 할 수 있게 했다. 건물 이용 예상인원인 2만 명이 대피를 완료하는 시간은 피난계단만 이용할 경우 1시간58분, 특별피난계단과 승강기를 함께 이용할 경우 1시간3분이 소요된다.

 화재가 발생할 경우 자체 스프링클러 외에 진압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재 서울시 등이 보유하고 있는 소방사다리차의 작전 가능 최고높이는 55m(약 18층)다. 제2롯데월드 꼭대기 층엔 별도의 헬기착륙장 등이 마련돼 있지 않아 소방헬기 착륙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서울시의회 도시안전위원회 유광상(민주당·영등포4) 위원장은 “현재 서울시 등이 보유한 소방장비로는 화재 등 재난이 발생할 경우 진압이 거의 어렵다”며 “고층건축물 화재진압용 소방차 등 대응 장비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천대 박형주(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초고층빌딩의 경우 피난안전구역이 제대로 설치되는 게 제일 중요한데 제2롯데월드의 경우 설계상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며 “앞으로 관리 여부에 따라 안전성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사 현장 근처에 위치한 석촌호수의 수위 하락 문제도 지적됐다.

 한편 서울시는 제2롯데월드 주변 교통 문제 해결 방안을 놓고 고심을 계속하고 있다. 롯데 측은 제2롯데월드 건축허가를 받으며 잠실역 버스환승센터를 건설해 서울시에 기부채납하고 탄천변 도로 확보 비용의 일부(450억원)를 부담하기로 했다. 하지만 탄천변 도로 확장의 경우 공사비가 1560억원에서 43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나 롯데 측에서 추가 부담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잠실 주변의 교통여건 개선을 위해 도로공사 비용의 추가 부담을 요청하는 방안을 계속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시공사인 롯데건설 관계자는 “화재 관련 시설은 국내외 기준을 충족하도록 설계해서 문제가 없다”며 “비슷한 규모의 해외 초고층 빌딩과 비교해 대피시간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해명했다.

안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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