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지원 불허 대학 25곳 증가 … 수학B형 응시생 소신 지원해볼 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3면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14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중하위권 수험생들도 지원 전략을 짤 때 유념해야 할 변화가 있다.

우선 교차지원 가능 대학이 지난해보다 대폭 줄었다. 교차지원은 자연계열 학생이 어려운 수학B형(지난해 수능에선 수리 가) 대신 쉬운 수학A형(지난해 수리 나)를 보고 점수와 등급을 올린 뒤 수학A·B형을 동시 반영하는 대학에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대학이 어려운 수학B형에 부여하는 가중치를 고려하더라도 수학A형에서 점수를 더 올리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 주로 중위권 수험생들이 많이 활용하는 입시 전략이다. 보통 교차지원 허용 대학은 매해 경쟁률과 합격선이 높게 형성됐었다. 올 수능에서 주로 인문계열 학생이 치르는 수학A형과 과학탐구를 동시에 치른 수험생(교차지원 예상자)은 8만3455명이다.

그런데 올해 정시에선 지난해까지 수리가·나 응시자를 모두 받아줬던 대학 가운데 25곳이 수학B형만 반영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가천대·광운대(건축학과 제외)·국민대·동국대·서울과기대·세종대·숙명여대·숭실대(글로벌미디어학부·건축학부 제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대학은 자연계열 대부분 학과에서 수학A형 응시자는 뽑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수학A형+과탐 응시생뿐 아니라 중위권 대학 전체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종서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지난해 수리 가·나 동시 반영에서 올해 수학B형만 반영하기로 한 대학 학과는 교차지원 수험생이 지원할 수 없게 돼 경쟁률이 낮아지고 합격선도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김기한 메가스터디 교육연구소장도 “과거에도 중위권 대학에서 교차지원을 허용하지 않고 수리 가를 지정 반영했던 대학에선 성적이 낮은 학생이 의외로 합격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며 “올해 수학B형을 치른 중위권 수험생은 점수가 조금 부족해도 이런 대학을 공략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교차지원을 노렸던 수험생은 지원이 가능한 대학·학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이 이사는 “가톨릭대 미디어콘텐츠·정보통신전자컴퓨터, 광운대 건축, 단국대 천안(의·치의예 제외), 덕성여대, 동덕여대 보건관리·식품영양·컴퓨터, 상명대, 서울여대, 숭실대 글로벌미디어·건축 등 8개 대학의 일부 학과는 올해도 수학A·B형을 모두 받아준다”며 “이들의 경쟁률과 합격선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들 학과에 교차지원을 노리고 지원하는 수험생이라면 예년의 합격선보다 좀 더 높아질 것을 예상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영어B형을 치른 중위권 수험생은 영어A형 응시생과 경쟁에서 유리할지 불리할지도 따져봐야 한다. 영어A·B형을 모두 받아주는 대학은 전국 120여 곳인데 서울에는 몇 곳밖에 없다.

 입시전문가들은 “영어B형에서 3등급 이하 성적이면 국어·수학·탐구 성적이 특출나지 않는 한 경기권이나 지방대학으로 눈길을 돌릴 수 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영어A형 응시생도 서울 4년제 대학 대부분이 영어B형을 반영하기 때문에 경기권이나 지방으로 몰린다. 영어B형 3등급 이하 학생과 영어A형 상위 등급 학생이 경쟁하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올해 수능에서 영어B형 3등급 이하 수험생의 백분위·표준점수가 영어A형 상위 등급에 모두 뒤지는 결과가 나왔다. 김명찬 종로학원 평가이사는 “대학 측이 영어B형에 가중치 20%를 줘도 영어B형 3등급 이하 학생이 영어A형 1등급을 누르기 힘들기 때문에 영어B형 응시생이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영어B형 응시생은 성적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영어B형만 반영하는 대학에 지원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많다. 지방 국·공립대와 경기 지역 영어B형 지정 반영 대학이 이에 해당한다.  

정현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