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문제 된 불 길로틴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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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69년 「드골」이 하야하기 직전에 폐지된 「길로틴」이 3년만에 되살아났다.
지난 11월28일 새벽 「퐁피두」대통령이 사면요청을 거부, 살인범 「부페」(39)와 「봉당」(45)이 「상트」교도소의 형장에서 「길로틴」에 의해 처형된 것이다.
그러나 현재 「프랑스」에 들끓고 있는 「길로틴」부활에 관한 시비는 원칙적인 사형제도의 존 폐론을 떠나 「퐁피두」대통령의 처사가 정치적인 고려에서 결정되었다는 의혹을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는 것이 주목된다. 「부페」는 젊은 여인을 살해한 흉악범, 「붕당」은 「택시」운전사를 습격, 중상을 입힌 혐의로 각각 종신형, 20년 징역으로 같이 「크레르보」교도소에 복역 중, 탈옥을 꾀하다가 인질이었던 간수와 간호원을 살해한 것이다.
「부페」는 원래 악질로 처형당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나 「붕당」은 살인은 하지 않았으니 같이 「길로틴」의 이슬로 사라지는 것이 부당하다는 변론인의 강변도 「프랑스」국민으로부터 일말의 동경을 얻고 있다.
그러나 논의의 초점은 「퐁피두」가 노동조합의 압력과 일부 「매스컴」의 부채질에 따라 정치적인 결정을 하였다는데 있다고.
즉「프랑스·솨르」지가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프랑스」국민의 63%가 이들 두 범인의 「길로틴」처형을 찬성한다고 한 것이 결국 여론 조작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사형 폐지론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한편 「길로티」폐지로 밥벌이가 떨어진 교도소 집행관들의 압력이 노동조합을 통해 「퐁피두」까지 움직인 게 아닌가 하는 추측도 있고 보면 「길로틴」부활이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한 것은 자명.
「퐁피두」대통령 자신도 대통령 직권 중에서 사형여부를 결정하는 일이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실토한 것을 보면 사람이 사람의 목숨을 끊는다는 것이 얼마나 괴롭고 어려운 일인가를 실감할 수 있는데 그 일이 정치적인 고려에서 취해 졌다는 의혹에 「아이러니」가 있다고 할까.
특히 「프랑스」혁명 중에 「길로틴」이 공포 정치의 도구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길로틴」사형의 재등장은 특별한 증오감을 「프랑스」인들 마음에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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