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중심으로 꾸며진 미국교과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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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 국민학교의 교과서의 내용이 남자아이를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비난이 일고있어 전문가들 뿐 아니라 학부모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버지니아」주 「워런턴」에서 열린 한 교육자회의에서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교과서의 내용이나 그림에서 여자아이들은 모두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여자아이들은 국민학교 4학년이 될 때쯤에는 자기가 택할 직업이란 간호원이나 비서 그렇지 않으면 학교선생, 그리고 어머니의 역할뿐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정도가 된다는 것이다.
미교육성과 교육연합회 후원으로 2백50여명의 학교관계 직원·교사·정부관리 및 교련직원들이 참석하여 3일간 계속된 이 회의는 여성들은 미국 사회에서 2차적 역할을 담당하도록 교육되고 있다고 전제했을 때에 그 과정에 있어서 공립학교의 역할을 규명코자 마련된 것이었다.
국민학교 교과서의 분석을 주도했던 「캘리포니아」대학의 「레노레·웨이츠먼」교수는 철자법·국어·산수·과학과 사회생활 교과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얻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보고했다.
교과서에서 남자아이들은 강하고 지혜로우며 모험을 좋아하고 독립심과 용기를 동시에 갖춘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여자아이는 수동적이며 집안에서 가사를 돕거나 인형놀이나 하고 예쁜 「드레스」를 입고 상냥한 미소를 띠는 역할이 고작이다. 남녀학생이 같이 등장할 때 여자아이는 소년들이 하는 일을 지켜보고 그것에 동조하는 것이 보통이다.
또한 남자어른들의 직업은 우주인으로부터 「트럭」운전사·경찰관·과학자·은행가 등 폭이 넓은데 비해 여자는 한결같이 어머니이며 가정주부이다.
그것도 현대가정의 주부가 치러내야 하는 어렵고 복잡한 역할을 나타내주기 보다는 단조롭고 시간만 소비하는 집안 허드레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연구보고는 전국여성기구 산하의 『여성과 그들에 미치는 언어 및 「이미지」의 영향 연구회』가 협력, 공동으로 조사되었다. 동 연구회에 의하면 주부 내지 어머니란 무능력하고 특징이 없으며 정서도 고갈된, 말하자면 완전한 노예로 인식되어 있다. 여자는 모든 잡일을 다할 뿐 아니라 그것에서만 행복을 발견한다는 식이다.
한편 아버지는 즐거움을 이해하는 멋진 사나이로 대표된다. 아이들을 데리고 사냥과 낚시를 즐기며 가정의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웨이츠먼」교수는 이런 것들이 자라나는 소녀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점차 그들은 남을 섬기고 즐겁게 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하게 된다.
스스로를 우둔한 인간이라고 생각하기조차 한다. 그래서 소녀기에는 남학생들보다도 오히려 우수한 성적을 보이면서도 그들은 청년기에 이르면 자신의 학구적 능력을 과소평가 해 버리고 만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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