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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사설

'김정은 체제' 완성 알리는 장성택 숙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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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실력자라던 장성택이 어마어마한 죄목 아래 숙청됐음을 북한이 공식 발표했다. 북한은 장성택의 죄목을 “당의 통일단결을 좀먹고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세우는 사업을 저해하는 반당반혁명적 종파행위”로 규정하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당의 권위에 대한 도전은 물론 온갖 부패, 비리와 개인적 타락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죄목을 열거했다. 북한 정권 수립 이래 몇 차례 있었던 대대적 숙청 과정에서도 장성택처럼 어마어마한 죄목이 공표되면서 처벌된 전례가 없을 정도다.

 김정은은 이미 ‘유일지배체제’에 의해 후계자가 된 순간 모든 권력을 장악한 상태다. 그런데도 고모부요 후견인이라던 장성택을 이처럼 가혹하게 처벌한 것은 나름의 정치적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자신에게 맹목적 충성을 하지 않는 누구라도 가차없이 제거한다는 공포심을 심어주고 외부세계에는 북한에 자신을 대신할 어떤 인물이나 세력도 없음을 과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

 ‘폭압정치’의 행태를 보이는 김정은 체제가 얼마나 안정돼 있는지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김정일 사망 이후 지금까지 북한에서 일어난 일들을 생각하면 김정은의 권력 기반은 일단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처형과 숙청, 군부 수뇌부급 인사들의 잦은 교체 등을 고려할 때 불안정성이 내재돼 있을 가능성도 추정할 수 있다. 정부 당국이 북한 권력구도의 변화를 면밀히 추적하고 그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해 대비해야 할 때다.

 장성택의 숙청으로 ‘김정은 체제’가 일단 완성됐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김정은은 앞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한층 분명하게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일 사후 2년간의 행적을 보면 김정은은 여러 면에서 강경파로 평가할 수 있다. 미사일 시험발사, 3차 핵실험, 개성공단 폐쇄 등 대미·대남 정책에서 아버지 김정일보다 더 도발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에 비해 경제적으로는 보다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6·28 개혁 조치’로 시작한 자본주의적 요소 도입이 갈수록 여러 경제단위에 확산되고 있으며 내각에 의한 경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국 곳곳에 경제특구를 설치하기도 했다. 한편 마식령스키장과 문수물놀이장 건설 등 현시적 사업에 몰두하는 모습이나 미국 프로농구 선수 데니스 로드먼과 어울리는 것을 보면 즉흥적이라는 느낌도 있다.

 김정일 말년과 김정은 등장이 이뤄진 지난 6~7년 사이 남북관계는 최악이었다. 대미관계도 마찬가지다. 권력 이양 시기 외부세계와 긴밀하게 교류하기 어려웠던 북한 내부 사정이 큰 원인이었을 것이다. 이런 불확실성에 맞닥뜨린 한·미 정부의 대북 전략 역시 지나치게 경직된 측면이 있었다. 이번 ‘김정은 체제의 완성’에 따라 북한 정권의 불확실성은 상당히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대북 정책 전반을 재점검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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