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운 차분한 개표|개표소의 1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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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유신헌법안에 대한 국민투표는 21일 밤새워 전국2백6개 개표소에서 차분하고 질서 있게 개표가 진행, 무사하게 마쳐졌다. 투표율도 91.1%라는 유례없는 참여로 개표 초반부터 찬표가 크게 앞섰다. 추위를 무릅쓰고 한 표의 주권행사를 한 유권자들은 이날 밤10시부터 시작된 TV와 「라디오」합동 개표실황 중계에 눈과 귀를 모으고 개표진행 결과를 눈 여겨 지져 보기도 했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새벽1시쯤 곳곳에서 밝혀진 개표결과가 찬성 90%, 반대는 불과 10%미만에 지나지 않자 쉽사리 대세를 내다보았다.
전국의 개표상황 집계를 하고 있는 선관위와 내무부에서는 22일 아침7시 일부 도서지방의 개표만을 남겨 놓고 전국의 개표가 90.5% 끝나자 밤새워 일하던 직원들은 피로도 잊고 각지방에서 걸려 오는 전화에 『수고했다』는 얘기를 주고받느라고 부산했다.

<동난 기록반 색연필>
서울시는 국민투표가 시작된 21일 상오7시부터 개표가 완료된 22일 상오10시쯤까지 27시간 동안 투·개표 진행상황 기록반을 편성, 철야 근무했다.
각과에서 차출된 50여명으로 편성된 기록반은 강영수 제1부시장의 지시를 받으며 시내 1천63개 투표소와 19개 개표소별로 수시 변동되는 투·개표 진행 상황을 기록 분석했다.
서울시가 마련한 기록 상황은 개표소별로 1개씩과 종합상황판, 전국 투·개표 상황판 등 모두 23개. 각 개표소와 구청 등에 연결된 30여대의 임시 가설 전화는 개표가 끝날 때까지 쉴 틈이 없었고 상황만 기록용으로 준비한 2백여개의 「사인·펜」과 1백여개의 색연필도 22일 아침이 되자 모두 동났다.
기록반 직원들은 예상외로 개표가 빨리 끝나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이날 정상 근무를 하게 됐다며 상황실을 빠져나갔다.

<외신기자들 취재>
서울 시내에선 21일 하오7시 서울 동대문갑구 개표장인 창신국민학교 강당에 투표함 60개가 모두 도착, 하오 7시40분부터 개표에 들어갔다.
개표장 안에는 대형 석유난로 3개가 피어졌고 촛불이 준비됐으며 정전에 대비해 전공까지 동원된 가운데 진행되었다.
서울사대부속 국민학교 강당에 차려진 서울 중구 개표장에는 일본 NHK기자 「나까노」씨(40)도 참관, 취재하며 『조용하고 질서 정연한 개표 진행이 인상적』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또 종로구 개표장인 수운회관 2층 별관에서는 「뉴요크·타임스」 동경지국장 「리처드·헬로런」씨, 「워싱턴·포스트」지 동경지국장 「돈오버도버」씨와 「멕시코」의 「이엘·뉴버설」지 정치부장 「오스카델·리베론」씨 등 외신기자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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