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퇴폐풍조 소탕작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요즘 날마다 신문의 사회면에는 폭력, 사기, 공갈, 도박, 마약, 간음행위 등 각종 사회악의 적발상황이 크게 보도되고 있다. 지난 10월17일의 계엄령선포 이래 계엄군을 주축으로 한 군·검·경 합동단속반의 퇴폐풍조 소탕작전이 곳곳에서 주효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한 달도 채 못 되는 동안에 이미 서울·부산 등 대도시를 위시한 전국의 조직폭력배 등이 뿌리뽑혀 가고있으며, 1백80명이나 되는 큰 규모의 마약사범이 적발되고, 영남지방에 근거를 둔 국제마약단을 검거하고 기타 상습도박꾼과 부정·불량식품 사범·밀수·밀주·치기배·「네다바이」 등이 소탕되는 등 그 성과는 괄목할만한 바 있었다.
10월 유신 작업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처럼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응달진 그늘 속에 숨어 있던 사회악들이 한꺼번에 햇빛아래 들추어지는 것을 보고 쾌재를 부르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단속을 기회로 당국의 이 같은 강력한 사회악일소 조치는 바로 그 같은 사회악을 키우게 했던 뿌리까지도 말끔히 뽑아버리는 보다 광범한 사회기풍의 정화 혼동이자, 명랑한 사회풍토의 조성운동으로 연결돼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사회악이란 그 말 자체가 시사하고 있는 것처럼 어떤 특정사범만의 악이라고 하기보다는 곧 사회 전체의 악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사회악 단속이 그 같은 사회악을 낳게 한 퇴폐풍조의 일소와 같이 진행된다는 것은 의당한 일이다. 왜냐하면 구체적으로 꼬집어 낼 수 있는 개별적인 범법사범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전반적인 사회의 퇴폐분위기가 바로 그 온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회악의 일소가 진정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저질러진 악의 적발이라는 소극적인 차원에서만 그쳐서는 반의 성과밖에 거두지 못할 것이다.
사회악이 불사조처럼 다시 소생할 수 있는 토양을 그대로 놓아둔 채 다만 눈에 보이는 가지만 베기로 한다면 사회악에 대한 새순은 그야말로 승부 없는 영구전쟁이 될 것이다. 뿐더러 이러한 끝없는 싸움에 국가발전을 위한 다른 과업들이 산적한 오늘 우리의 군·검·경이 언제까지나 현재와 같은 합동단속반을 유지해야되는 국력의 낭비도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악의 뿌리를 뽑는데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바로 이 같은 우리가 내릴 수 없는 사회의 도의적 토양을 바꿔버리는 일일 것이다.
이 기회에 우리가 특히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앞으로 이 땅에서는 어떠한 명목으로도 공인된 도박장인 「카지노」같은 것을 용인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본 난이 누차 지적한 바와 같이, 고작 삼십만불의 관광수입을 올린다는 명분 하에 공인되고 있는 「카지노」 같은 도박장을 그대로 방치해 두고서는 국민들에게 누구도 떳떳하게, 도박을 위시한 사회악 일소를 다짐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상 도박행위와 같은 퇴폐풍조는 실정법상의 죄가 되건 안되건 간에 관계없이 보편타당적 도덕률에 어긋나는 것이요, 그런 의미에서 이 같은 도덕적 악을 외인 관광객이라해서 용허한다는 것은 국가의 수치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물론 사회악의 뿌리를 뽑기 위해 중요한 것은 부패풍조를 없애는 일이요,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부정을 행하고서는 누구도 발붙일 땅이 없다는 법지배적 사회풍토를 만드는 일이다. 바꿔 말하면 그것은 악의 적발이라는 소극적 차원을 넘어서, 사회 전체의 도의문화의 선양이라는 적극적인 차원으로의 발전이라야 한다.
우리는 이것이야말로 참다운 의미에서의 유신작업의 궁극적인 뜻이 되지 않는가 생각한다.
결국 사회악 일소란 우리 사회분위기 전체의 광정, 우리들의 마음의 정신혁명에서 출발하고 또 그곳으로 귀착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정직하게 일을 하는 사람만이 잘살 수 있는 명랑한 신뢰사회의 건설을 위해서 다시는 「시지프스」의 도로처럼 처음부터 새로 반복해야 되는 후환이 없도록 이번의 정력적 합동단속이 도의질서 확립의 초석을 닦아주기를 격려할 따름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