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돈을 벌려면 잘 써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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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필자가 어떤 경영대학원에서 「한국경제론」을 강의했을 무렵의 일. 강의가 끝난 후 어떤 여자분에게서 『2∼3백만원 정도의 돈을 갖고 있는데 무엇에 투자하면 좋겠느냐?』는 질문을 받았었다.
당시엔 증권파동직후이므로 증권을 권할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그 돈으로 부동산을 살만한 규모도 못 되었다. 그래서 「페인트」든지 건축자재를 구입하라고 권했다. 그후 수입통제로 인해 「페인트」값이 3개월 동안 약 8배나 뛰었다. 그분이 그것을 샀는지는 모르나 다시 만날 기회는 없었다.

<수익증권사서 재미>
요즘은 그러한 상품투기의 기회도 없거니와 또한 권장할 수도 없다. 지난 5월 중순께 투자개발공사가 발행한 수익증권을 친한 분에게 권한 바 있다. 그분은 5월10일에 1좌에 1천1백60원으로 구입했는데 그후 금리인하실의 자극과 8·3조치 이후 시세가 급등하여 11월10일 현재 1천6백43원이 되어 그동안 불과 6개월만에 41·6%가 올랐으며 연간 수익율로 환산하면 82·5%의 높은 수익율을 보이고 있다.
물론 지금은 증권의 시세도 상당히 높아져서 주식의 경우 배당수익만을 보면 8%까지 내려갔고, 채권은 16%정도의 수익율을 보이고 있다. 주식의 시세가 너무 높아진 이유는 앞으로 금리가 내릴 것이라는 불분명한 기대 이외에 무상주에 대한 기대 등 여러가지요인이 있어 전문가가 아닌 주부들에게는 아직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일본만 해도 가정주부의 시장바구니에 증권시세표를 넣고 다닐 만큼 증권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한다.
사실상 돈은 아끼기만 하면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명하게 잘 써야 벌 수 있는 것이다. 돈을 금고에 묵혀두면 물가가 오른 만큼 돈의 가치만 감소된다.
몇 년 전 나와 친한 은행장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를 소개한다. 어느 갑부가 갑자기 별세하였는데 평소에 돈을 얼마나 아끼었던지 웃옷에 몇 천만원의 고액보증수표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 돈을 자녀보다도 소중히 여겼는지 자녀에게도 주지 않고 몸소 간직하고 있다가 별세한 것이다. 돈이란 적절히 써야 하는 것이다.
투자를 할 때에 생각해야 할 점은 얼마만큼 돈벌이가 될 것인가를 예상하는 일이다.
이것을 예상수익이라고 부를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장래의 수익을 예상하는 것이므로 1백% 확실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여기에는 불확실성의 문제가 따르며 경제학자들은 이에 대한 이론도 전개하고 있다.

<전문가 의견 듣도록>
그러나 아무리 불확실성이 있더라도 그것은 정도의 차가 있을 뿐이므로 투자할 때는 반드시 자기 나름대로 예상을 해야 한다. 물론 전문가의 의견을 듣거나 믿을만한 전문기관이 있으면 거기에 맡길 수도 있다. 그러나 반드시 자기판단을 해야하며 남들이 한다고 따라가서는 안 된다. 남들이 좋다는 것은 이미 좋은 시기가 지난 후의 일이 되기 쉽다. 과거에 메추리 소동, 남서울 부동산투자소동, 그리고 62년도의 증권파동 등이 모두 그렇다.
가정주부들은 흔히 「계」를 하는데 그것은 친선의 목적과 목돈이 된다는 이점은 있으나 돈벌이의 수단은 결코 되지 않는다. 가령 15명의 6부 「하와이 계」라는 것을 예를 들자. 끝번의 저축이율은 적수계산법으로 계산하면 연44%인데 첫번의 대출이율은 월 6%로 15회에 원금상환을 겸하므로 연 18%밖에 안 된다.

<적은 돈이라도 투자를>
그러므로 첫번은 저리의 금융수단이 되고 끝번은 고리의 저축수단이므로 이상적인 것 같다. 그러나 이 두개의 번호는 대개 동시에 가입해야 하는데 그 경우에는 합산하여 적수계산하면 아무 것도 아닌 계산이 나온다.
돈을 버는데는 반드시 예상수익에 대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예상수익의 근거가 없는 것일수록 불확실성은 큰 것이다.
최근에 예상수익이 확실하고 높은 것으로 좋은 주식의 공모 때에 이를 청약 매입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지난 8월에 공모했던 대한유리는 공모가액이 5백원인데 지금 시세는 8백원으로 60%가 높다. 만일 이 주식을 청약 매입했다가 맡았다면 3개월이 못되어 60%의 이익을 얻는 셈이 된다.
그래서 이 주식은 청약비율이 5백91%나 되어 자기가 원하는 만큼 살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기의 희망보다 적었다해도 다만 얼마라도 투자하면 그런 수익을 얻었던 것임을 생각하여 항상 투자기회를 찾아야 할 것이다. 사실 돈벌이의 기회. 즉 좋은 투자기회가 언제나 있는 것도 아니며 저절로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꾸준히 투자기의를 찾고있으면 비교적 멀지않게 투자기회가 찾아오기도 하는 것이다. <계속>

<알림>
본란은 학자의 상담에 응하기로 했읍니다. 주부들이 하시고 싶은 부업, 또는 적은 돈의 투자 선택에 관해 자문을 원하시는 분은 우편엽서에 간단한 내용을 요약해서 중앙일보 경제부(서울시 서대문구 서소문동 58의 9·우편번호120) 「돈·벌이 주부교실」 담당자 앞으로 보내시면 필자가 내용을 검토한 후 답해 드리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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