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한림원 회원이 된 피아니스트 『루빈슈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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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 시대에 활약한 의대의 「피아니스트」 중의 한 사람인 「아르투르·루빈슈타인」옹이 최근 「프랑스」 최고의 명예인 「프랑스」 한림원 회원의 자격을 받았다.
올해 83세의 이 노장 「피아니스트」에게 주어진 「프랑스」로부터의 이 영광은 만년의 그를 얼마간 고무시켜 줄 것이 틀림없겠지만 세계 도처에서 받아 온 지난날의 화려한 영광을 생각할 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지금은 소련 영토가 된 「폴란드」 국경 지방에서 1889년 출생한 「루빈슈타인」은 12세 때 「데뷔」한 이후 오늘날까지 다른 연주가들이 따를 수 없을 만큼 전세계를 누비며 많은 연주회를 가졌고 또 성공했다.
영국과 미국에서의 그의 명성은 다른 동료 「피아니스트」를 단연 앞지르는 높은 것이었다.
그는 특히 「쇼펭」 연주에 뛰어난데 그의 모국의 위대한 「피아노의 시인」인 이 작곡가를 그는 『가장 위대한 음악가』로 꼽고 있다.
「아카데미·프랑세즈」 회원이 됨과 동시에 「루빈슈타인」은 앞으로 「파리」에서 연주하게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불로뉴」 숲 근처에 있는 그의 집 내부에는 온통 「쇼펭」에 관한 것으로 꽉 차 있다.
-「쇼펭」의 「데드·마스크」, 주조된 「쇼펭」의 손, 「쇼펭」이 쓰던 악기, 「쇼펭」 의 자필 등….
한편 「루빈슈타인」의 사생활은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예술가』답지 않게 웃음과 「유머」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엄숙한 표정의 「피카소」를 파안대소하도록 만드는 등 늘 주위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사람으로 소문이 나 있다. 그의 집을 찾는 손님은 어느 나라 사람이건 그와 유쾌하게 이야기할 수 있으며 특히 언어의 장애란 없다. 그는 「유머」를 구사할 줄 알뿐 아니라 불어와 영어에 능통하고 그밖에도 5개 국어를 유창하게 말할 줄 알기 때문이다.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50대의 「폴란드」 여성인 그의 아내를 가리키며 『저 사람이 저렇게 젊은 까닭은 늙은 나와 함께 있어 돋보이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젊은 여성이라야만 좋아하기 때문이다. 젊은 여성은 항상 나에게 열정을 불러일으킨다』라며 웃는다.
근엄하고 정중한 태도의 「아카데미·프랑세즈」 회원들이 그에게 금세공의 기념 「마크」를 증정 할 때도 그는 미소 띤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아카데미·프랑세즈」 회원쯤 되었으면 근엄해야겠지만 근엄한 늙은이란 얼마나 슬픈 일인가?』
그의 힘찬 예술의 힘은 바로 이런 그의 일면에서 연유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AP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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