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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지수 600 넘은 난징, 학교 쉬고 공장은 가동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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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473’(7일 오전 8시) ‘417’(8일 오전 8시) ‘393’(8일 오후 1시).

 주중 미국대사관이 발표한 PM2.5 기준 베이징(北京) 공기오염 지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설정한 안전기준(25)보다 최고 18배나 높다. 가시거리는 100m가 채 못 됐다. 미 대사관은 200~300 미만을 ‘위험’, ‘300 이상’을 ‘유독(有毒)’으로 분류하고 있다. 베이징만이 아니다. 중국에서는 지난주 초부터 유독성 스모그가 전국을 휩쓸고 있다. 7일 하루 동안 중국 20개 성 104개 도시가 ‘위험’ 이상 수준이고 8일에도 최소한 50개 도시 이상에서 스모그가 계속되고 있다.

 이 여파로 7일 하루에만 800여 편의 국내선 항공편이 취소 또는 지연됐고 8일에도 수백 편이 영향을 받았다. 난징에서는 오염지수가 600을 넘어 사상 최악의 수치를 기록하자 유치원을 비롯한 초·중·고교에 휴교령이 내려졌고 부근 고속도로도 통제됐다.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시 주변 모든 공장의 조업도 중단 조치했다. 이날 난징 시내에서 있었던 한 야외 패션쇼에서는 모델들이 모두 마스크를 하고 런웨이를 걸었을 정도였다.

 상하이는 1일부터 사상 최악의 스모그로 일주일 넘게 시민들의 야외활동에 지장을 주고 있다. 타이저우(泰州), 쑤저우(蘇州), 우시(無錫), 톈진(天津) 등에서도 6~7일 가시거리가 200~500m에 불과해 도로 곳곳에서 교통이 통제됐다.

 중국 전역에서 사상 최악의 스모그가 나타난 것은 갈수록 늘어나는 오염물질 배출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년보다 1.4% 늘어 사상 최고치인 316억t을 기록했다. 중국은 전년 대비 3억t(3.8%)이 늘었고 미국과 유럽은 각각 2억t(3.8%)과 5000만t(1.4%) 감소했다. 중국의 배출량은 전 세계의 30%를 차지한다. 여기에다 지난달 15일부터 중국에서는 겨울철 난방이 시작돼 평소의 2배 가까운 오염물질이 배출되고 있다. 저질 휘발유를 사용하는 중국 자동차의 배기가스, 공사장 분진 등도 대표적인 오염원이다.

 전 세계 환경전문가 450명이 참가한 ‘전 세계 질병부담(Global Burden of Disease) 분석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2010년 한 해 동안 120만 명이 공기오염으로 조기 사망했고 2500만 명 이상이 생명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전 세계에서 한 해 평균 320만 명이 공기오염으로 사망하는데 이 중 37%가 중국인이라는 얘기다.

 중국 당국은 비상이다. 지난달 열린 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전체회의(3중전회)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2020년까지 환경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이에 따라 성과 시 정부별로 구체적인 환경보호 대책을 마련 중이다. 베이징 시는 2017년까지 석탄 사용량은 1300만t 줄이고 친환경에너지 비율은 90%까지 높이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는 지난 8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 전력 발전은 2027년까지 석탄을 주력 에너지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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