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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줄줄 새는 보조금, 상시감시체계로 지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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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건강·복지 사업에 들어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빼돌려 고급 스포츠카를 타고 다니고, 급여대장을 위조해 고용유지지원금을 빼먹고, 서민과 미취업 대학생의 고용촉진지원금을 유용한 사람 등이 줄줄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대검찰청과 경찰청이 지난 6월부터 국가보조금 전반에 걸쳐 공조 수사한 결과 3300여 명을 적발하고 127명을 무더기로 구속했다. 이들이 부당하게 지급받거나 유용한 보조금이 1700억원에 이르렀다.

 국고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은 매년 규모가 급증해 2006년 30조원대에서 올해는 55조원 넘게 편성됐다. 하지만 제대로 된 관리 시스템이 없을 경우 얼마나 눈먼 돈이 되기 쉬운지를 이번 수사 결과는 잘 보여준다. 특히 어린이집 등 보건·복지 분야의 부정 수급액 적발이 40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는 사실에 눈길이 간다. 최근 복지 확대로 씀씀이는 늘었지만 정작 현장 행정과 관리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 때문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분야뿐 아니라 이번 수사 결과 고용, 농·수·축산, 연구개발, 문화·체육·관광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비리가 확인됐다는 점은 보조금 유용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보조금 누수 방지에는 무엇보다 상시감시체계 가동이 효과가 클 것이다. 원래 올해 말까지로 잡았던 검찰과 경찰의 수사 시한을 연장하는 것은 물론 아예 이를 상시감시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이와 함께 내부 고발을 장려하고 신고자에게 적절한 포상을 하는 것은 물론 신분을 법적으로 보장해 사후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야 한다. 보조금 집행 체계도 정밀화해야 한다. 심사 단계에서 깐깐하게 따져보는 것은 물론 현장에서 제대로 집행됐는지를 이중·삼중으로 확인하는 감시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사회복지 확충과 고용·교육지원과 지역사업 확대로 국고보조금 지원이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비리 근절은 물론 보조금 집행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규모 확대에 걸맞은 감시체계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