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조절위회의의 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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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1월 2일∼4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 조절위원회 공동위원장 제2차 회의는 공동발표문을 발표하고 폐회했다. 공동발표문에 의하면『회의는 진지한 민족애의 분위기 속에서 협의를 진행한 결과 서로 이해를 심화시키고 일련의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전진을 이룩했으며… 쌍방은 남-북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남-북 간 각 분야에 걸쳐 서로 힘을 합쳐 같이 사업하는데 대하여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고 한다. 이번 회의에서 합의를 본 것은 주로 다음 두 가지이다. 첫째, 남-북 조절위원회 구성 및 운영문제에 대해 의견의 일치를 보았으며 이에 따라「남-북 조절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서명, 교환했고 둘째, 72년 11월 11일 영시를 기해 대남·대북 방송과 군사분계선 상에서의 확성기에 의한 대남·대북 방송과 상대방 지역에 대한「비라」살포를 그만두기로 한 것 등이다.
이번 남-북 조절위원회 공동위원장회의는 대한민국이 평화통일에 대한 민족적 소원을 정치 체제 면에서 반영키 위해 유신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서 열린 회합인데 이 위원장이 박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한국 측의 성실한 입장을 충분히 표시했고 북한측 역시 이에 호응하여 진지한 자세를 취했으므로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그 구체적 성과로 11월11일을 기해 대남·대북 방송, 그리고 군사분계선 상에서의 확성기에 의한 대남·대북 방송을 중지하고 상대방 지역에 대한「비라」살포를 그만두기로 약속하였다는 것은 정치심리작전의 전개를 쌍방이 그만두기로 확약한 것으로 이로써 남-북 대립의 긴장을 풀고 나아가 군사적 대립을 유발할 수 있는 감정상 자극을 회피함으로써 남-북 간에 긴장을 푸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또「남-북 조절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합의서」가 서명. 교환되어 앞으로 이 합의서에 근거해서 남-북 조절위원회가 구성, 운영되고 그 기능을 발휘하기로 되었다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작업이 본 궤도에 올라섰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7·4성명이 나온 지 이미 4개월이 경과했다. 그동안 적십자회담 본 회담이 세 차례에 걸쳐서 열렸고, 또 남-북 조절위 공동위원장회의가 두 차례에 걸쳐서 열렸다. 이 두개의「채널」을 통한 대화는 착실한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공동성명의 내용이 하나씩이라도 착실히 실현에 옮겨지고 있음은 남북이 공히 자주통일·평화통일의 필요를 절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국제권력정치구조에 있어서 양극체제의 붕괴와 다극체제의 등장, 그리고 동「아시아」지역에 있어서의 세력개편의 움직임 등은 한반도에 있어서 민족자결의 여건을 성숙시키고 있다. 이번 상황에서 우리민족이 동족상잔의 비극을 피하고 민족전체의 생명을 보전하고 그 무궁한 발전과 번영을 촉구하기 위해서는 남북이 대화로써 대립의 긴장을 풀고 평화공존·평화통일의 터전을 닦아놓는 것 밖에 딴 도리가 없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이번 공동위원장회의가 남-북 관계 개선작업의 획기적인 계기를 이루게 된 것을 민족적인 자각의 성숙을 과시하는 것으로서 대내·대외적으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남-북이 각 분야에 걸쳐 협력하여 사업을 같이 하기로 약속했는데 일찍이 박대통령은 금강산의 관광공동개발을 제안했었으니 만큼, 이제 남-북은 평화분야에 있어서 서로 협력하고, 공동으로 해나갈 수 있는 사업이 무엇인가를 실천적인 면에서 조사 연구해 봄 직도 하다는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공동위원장회의가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하면서 남-북 관계개선이라는 지난한 사업을 추진시키는데 이 위원장이 눈부신 활동을 하게된 것을 감사히 생각하고 그 노고를 치하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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