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서 국제여자기성복 전시회|「모드」의 본고장에|기성복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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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파리=장덕상특파원>제24회 국제여자기성복전시회가 21일 파리의 「포르트·드·베르사유」전시관에서 막을 열었다.
6만 평방m의 넓은 전시관엔 세계도처에서 모여든 7백60개의 기성복전문메이커들이 영롱한 색과 화려한 무늬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프랑스는 기성복이 무시되어 본격적인 상업으로서 발달되지 못했다.
그러나 1962년부터 차츰 기성복이 전통적인 프랑스의 「오트쿠튀르」(고급양복) 계에 파고들기 시작했다. 지금은 연간 10만 달러 어치의 상품을 생산하는 소규모의 기성복「메이 커」로부터 5천만「프랑」(1천만 달러상당) 의 매상고를 올리는 대기업화 된 기성복 전문상까지 합쳐 3천여 기성복「메이커」가 프랑스여성의 상계를 휘어잡고 있다. 여자기성복산업에 종사하는 인원만도 7만명, 1972년의 총 매상고는 10억 달러에 이르고 해외 수출만도 3억 달러에 육박할 예정이라니 프랑스 기성복계의 위력을 알 만하다.
이러한 상승일로의 기성복추세에 오랫동안 기성복을 외면하던 「오트쿠튀르·메이커」도 관심을 집중시키기 시작, 이번 기성복전시회에는 「카르뎅」「거만시」「랑벵」「파투」「쿨제」「페로」「리처」등 여러 맞춤복전문 양장계의 왕자들이 참가하고 있다.
1973년 봄의 파리「모드」계의 경향은 「캠퍼스」「섹시·루크」「로맨틱」의 3가지라 한다. 치마의 길이는 무릎을 겨우 덮는 중간으로부터 무릎 약간 위 또는 무릎을 반 덮은 길이 등 대개는 긴치마가 유행이다.
유행하는 무늬는 꽃무늬와 작은 4각형 무늬.
그러나 「바로크」적 초현실주의적 무늬도 상당히 있다. 흑과 백이 가장 많은 유행의 색깔로 알려지고 있으나 초록, 노랑, 「베이지」는 역시 인기 있는 1973년 봄옷의 색깔로 등장한다.
「망토」는 어깨와 팔에 각이 진 형이 유행하고 길이는 무릎 위를 겨우 오르내리는 짧은 것. 이에 비해 「투피스」의 웃옷길이는 평균보다 긴 편이고 반코트가 크게 유행한다. 「투피스」는 많지 않고 「원피스」가 역시 가장 많은 데 목의 앞뒤가 많이 파여진 「섹시·루크」와 칼러가 넓고 「볼륨」이 큰 소매, 가는 허리의 「로맨틱」한 형이 압도적이다. 치마는 역시 주름 치마가 가장 많이 유행하고 「판탈롱」은 밑이 넓지 않은 곧은 선이 많다.
한국은 이번에 처음으로 「파리」여자기성복 전시회에 참가, 선을 보였다. 「파리」의 한국 무역관은 파리 기성복계의 신성「메이커」「카스티요」의 「넬리센」씨를 한국에 보내 「노라노」양재점과 접촉, 파리무대개척을 시도했다.
21일 개막첫날엔 「지방시」의 「모델·걸」을 비롯한 3명의 예쁜 「매니킨」을 동원, 전시관에서 즉석 의상전시회를 열어 세계각국의 「모드」전문평론가들에게 보였다.
「넬리센」씨가 택한 색은 「베이지」, 초록, 파랑, 노랑. 「판탈롱·앙상블」「스커트·앙상블」, 「원피스」「뤼니크·판탈롱」등 43점이 전시되었다. 평론가들은 원단 실크는 대단히 좋고 재봉도 좋고 「스타일」은 괜찮은 편이라고.
그러나 「커트」잘못으로 옷이 서양인의 체격에 잘 맞지 않고 무늬가 단조롭고 선택의 여유가 없다는 편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고일남 파리무역관광은 8백여 세계의 우수한 기성복 메이커 속에 뛰어들어 한국기성복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소개함으로써 한국상품을 알리고 한국상품을 더 발전시키는데 참가목적이 있다고 말하며 처음부터 큰 기대는 할 수 없다고 솔직이 여러 가지고충을 털어놓았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메이커는 한가지 「디자인」의 옷을 보통 30벌씩 여러 가지 무늬와 색깔을 갖추고 있는데 반해 한국업자의 능력으로는 4∼5벌 이상을 갖출 수 없었다고. 적어도 30벌은 되어야 국제경제에 나실 수 있다는 것이 이곳 전문가들의 평. 또한 서양인의 체구에 잘 맞는 커트가 되지 않는 이상 한국여자 기성복의 해외 수출은 크게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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