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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5000년 이야기의 보고 … 중국 도시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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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고찰명, 중국 도시 이야기
신경진 지음
문학동네, 296쪽
1만4500원

“개혁은 어렵고 힘든 임무다. 실수가 없을 수 없지만 개혁은 확고해야 한다. 제자리걸음도, 되돌아가서도 안 된다.”

 중국 사회의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아버지 시중쉰(習仲勳)이 한 말이다. 생전에 시중쉰은 자신이 만든 개혁개방 1번지 선전(深?)을 방문할 때마다 이렇게 외쳤다.

 “선전은 샤오핑(小平·덩샤오핑을 뜻함) 동지가 씨앗을 심은 실험구다. 지금 싹이 자라 살찌고 튼튼하다. 이 길이 옳다. 계속 나아가야 한다.” 시중쉰은 그만큼 선전을 중시했다. 아들은 중국의 1인자에 등극한 뒤 첫 지방 시찰지로 아버지의 제2의 고향 선전을 택했다.

 이 책은 선전시에 실린 시진핑 부자의 ‘개혁DNA’에 대한 이야기이다. 중앙일보 ‘뉴스클립’ 지면에 연재된 이야기를 수정 보완했다. 일단 중국 도시를 과거·현재·미래라는 잣대로 나눴다. 5000년을 돌아보고(顧·고), 100년을 살펴보고(察·찰), 20년 앞을 밝혀 본다(明·명)는 취지다. 최근 중국은 도시가, 한국은 인문이 화두다. 이 책은 동양의 로마였던 시안(西安)에서부터 경제성장과 민주화에 성공한 타이베이(臺北)까지 25개 도시와 인문을 아우른다.

 중국은 도시의 보고다. 성(城)·시(市)·도(都)·경(京)·진(鎭)·읍(邑)·관(關) 등 도시를 뜻하는 중국의 한자도 여럿이다. 중국은 도시를 경제력을 기준으로 1, 2, 3선 도시로 나눈다. 현재 인구 100만 명이 넘는 한국과 중국의 도시는 각각 9개와 102개다. 신형도시화를 경제성장의 엔진으로 선언한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정책이 마무리 될 2025년이 되면 이 숫자는 210개로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세계의 시장’ 중국의 탄생이자 도시 경제의 폭발이다.

 이 책은 실용적인 여행가이드이면서 인문역사서다. 각 도시에 얽힌 한시(漢詩)와 시원한 사진이 눈길을 잡는다. ‘서호를 서시와 비교하면, 옅은 화장 짙은 분이라 하면 서로 맞겠네(欲把西湖比西子 濃粧淡抹悤相宜)’라는 소동파(蘇東坡)의 시가 항저우(杭州)를 소개하고, ‘창장대교가 남북을 가로지르니, 천연의 요새가 탄탄대로로 변했도다(一橋飛架南北 天塹變通途)’라는 마오쩌둥(毛澤東)의 시가 우한(武漢)을 안내하는 식이다. 중국 출장이나 여행 길에 들고 가면 제격이다.

한우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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