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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월세 살면서 외제 차 굴리기 … 한국사회 30대 생활 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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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케아 세대
그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전영수 지음, 중앙북스
276쪽, 1만4000원

능력, 뛰어나다. 대학 졸업은 기본, 석사도 수두룩하다. 외국어, IT 다루는 데 능숙하며, 해외문물에도 환하다. 가히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이라 할 만하다. 몸값, 저렴하다. 비정규직도 많아 ‘88만원 세대’란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럼에도 ‘내구성’은 떨어진다. 평생직장은 꿈도 못 꾼다. 게다가 ‘미완성품’이다. 사회의 주축세력이 되기엔 아득하다. 경제적이든 정치적이든 그렇다. 우리 사회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그러니까 35세에서 7, 8세를 가감한 세대들 이야기다.

 이들이 ‘이케아 세대’란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인 지은이의 작명이다. 이들의 특성과 처지를, 현대적이며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사랑받지만 내구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반조립형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에 빗댄 것이다. 이런 틀로 우리 사회의 고령화 문제를 조명한 것이 이 책이다.

 이케아 세대의 역습은 선배 세대가 건네줄 ‘바통’을 거부하는 것을 말한다. 취업-연애-결혼-출산-양육의 기성 행복 컨베이어 벨트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에 잘 사는 것’에 충실한 것이 ‘요즘 젊은 세대’의 복수라고 지적한다. 늦게 결혼하거나 홀로 살기, 결혼해도 자녀를 갖지 않기, 50만 원 월세를 살면서 수천만 원짜리 외제 차 굴리기, 정치 문제에 무관심하기 등등이 복수요 역습이다. 그런데 이런 세태의 사회적 파급이 만만치 않다. 노인 부양 부담에서 성장 잠재력 잠식, 정책 왜곡 등 정치 경제 사회적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세대갈등의 현상 을 짚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노인층의 인식 변화 등 8가지 대안을 제시하니 넓은 의미의 인구경제학 책이라 하겠는데 묘한 흡인력 이 있다. 『세대전쟁』 『장수대국의 청년보고서』 등 세대갈등에 초점을 맞춰 연구해온 지은이의 내공이 녹아 있어서다.

 이익정치에 나선 베이비부머 세대를 일컫는 ‘돼지를 먹은 비단뱀(Pig in a Python)’, 취업 이후에도 경제적 심리적으로 부모에게 기대는 ‘찰러리맨(Child+Salaryman), 고된 삶을 물려주기 싫어 새끼에게 젖을 물리지 않는 어미 낙타를 다룬 ‘낙타의 눈물’ 등 곳곳에서 등장하는 이야기 덕분에 섬뜩하고 암담한 경고가 흥미로운 트렌드 보고서로 읽힌다.

 지은이는 고령화와 세대 갈등 폭탄을 “하루아침에 망하지 않았다”며 대책을 촉구한다. 대안이 성글다는 느낌이긴 하지만, 그리고 개인 차원의 해법은 딱히 없지만 문제 제기 자체가 흥미롭고 유익하다.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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