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연중 온다는데 … 미세먼지 대책 느슨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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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청개구리식 미세먼지 예보가 연일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나쁠 것으로 예보한 날은 쾌청하고 깨끗할 것으로 예보한 날은 마스크를 써야 할 만큼 혼탁하다. 사상 첫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5일, 국립환경과학원은 야외활동에 지장이 없다는 ‘보통’을 예보하기도 했다. 환경 당국을 믿을 수 없게 되면서 국민의 불안감은 커져 가고 있다. 아무리 시범 예보라고 하지만 오보 정도가 지나치다.

 중국의 산업화 추세를 감안하면 앞으로 한반도는 연중 내내 회색 테러를 당할 것이라고 환경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무엇보다 예보 인프라를 튼튼히 갖춰야 한다. 환경부와 기상청, 지방정부 간에 손발이 맞지 않고 있다. 환경부와 기상청이 긴밀하게 협조해 예보의 정확성을 높이고 지방정부는 주민들에게 신속하게 행동요령을 전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미세먼지 예보 담당인력이 달랑 3명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예보 수준을 높이는 데 부족한 인력·장비도 서둘러 채워야 한다.

 중국 측에는 미세먼지 측정자료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대기상태를 관측할 수 있는 라이브 웹캠을 서울과 베이징에 설치해 그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자는 서울시의 제안은 대안 중의 하나로 수용할 만하다. 육지와 달리 하늘은 뚫려 있다. 이웃한 한·중·일 3국이 협력하지 않으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기 힘들다.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중국에 대해 한·일 환경 당국이 공동으로 대책 마련을 촉구해야 한다.

 지금 한반도를 뒤덮은 미세먼지는 중국에서 온 것만은 아니다. 국내 미세먼지 배출 수준도 선진국 평균에 비해 휠씬 높은 편이다. 자동차가 내뿜는 오염물질을 좀 더 줄일 필요가 있다. 특히 대기에서 미세먼지로 바뀌는 질소산화물을 감축해야 한다. 정부는 2015년에 ‘제2차 수도권 대기질 개선대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그때부터 미세먼지 기준과 예보 수준을 높이며 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할 계획을 잡아 놓고 있다. 중국 상황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는 만큼 시행시기를 1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