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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전기미…한국의 대일 수출|일의 3차「엥」 대책과 그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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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본정부가 한국수지흑자 조정대책으로서 20일에 확정, 공포한 제3차 「엥」대책은 그 내용 자체가 눈앞에 다가선 국회해산→총선거라는 정치적 스케줄에 크게 제약 당했으며 동시에 그나마의 대책의 중점도 주로 미·일 교역관계조정에 놓여졌기 때문에 나열된 원칙만은 화려하지만 그것이 당장 한국의 대일 무역에 미칠 영향은 대수롭잖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번 제3차 대책은 수입확대, 수출의 적정화, 자본자유화, 경제협력 및 복지대책의 충실화 등 5개항에 걸쳐 다각적인 대책방향을 제시하고는 있다.
일본정부는 지금 「엥」 재 절상을 파하기 위해 경기를 자극하면 「인플레」, 그렇다고 물가상승을 막으려들면 흑자감축이 어려워진다는 심각한 「딜레머」에 빠져있으며 그 해답으로서 찾아낸 것이 경기자극형 대규모 추경무산안과 이번 「엥」대책이다.
요컨대 일본정부는 초대형 추경예산에 의해 내수를 환기하고 동시에 「엥」대책을 활용, 수입을 늘림으로써 지나친 국내물가상승을 경계하면서 내수증가→수입확대 및 수출둔화효과를 거두자는 것이다.
그러나 대형추경예산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조정「인플레」의 가행을 에워싼 논의가 활발하며 특히 「엥」대책은 관계 각성에의 사전 협의한 과정에서 즉각적 흑자조정효과와 연결될 주요한 항목 등이 삭제 내지 사실상 공문화 함으로써 이른바 『총론만 있고 각론이 없는 대책』으로 변질되어 벌써부터 그 실효성에 강력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테면 필요한 일련의 대책항목들이 모두 나열되기는 했으나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금후에 검토 결정할 문제로 미루어 놓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핵심적 조치는 무역관리령 발동 및 수입관세의 20%인하.
일본정부는 ①작년 동기에 비해 수출이 현저하게 늘어난 품목 ②수출실적이 현저히 큰 품목 ③금후에 수출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는 품목 등을 대상으로 관리령을 발동, 통산상이 수출입가권을 장악, 행사함으로써 수출을 조절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막상 어떤 업종의 어떤 제품을 그 대상으로 할 것인가에는 많은 문젯점이 있고 특히 관련업계에서 이를 제소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관리령 발동조항은 사실상 「뽑지 않는 보도」로서 업계의 자율규제를 유도하자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고려되고 있는 품목은 녹음기·「베어링」·탁상전자계산기·TV 등이다.
수입관세 20%인하방침 또한 농림성에서는 이미 1차 산품과 국내업자의 타격이 클 농산 가공품은 예외로 할 방침을 굳혀 도마도「주스」, 도마도「케첩」, 「파이내플」, 오징어 등의 수입해당품목, 「베이컨」, 복합사료들도 대상에서 제외했다. 수입「코터」를 전년대비 30%늘리기로 한 조치 역시 이 때문에 수입량이 전체 국내소비량의 7%를 넘는 것은 제외하게 되며 따라서 도마도「주스」, 땅콩 등은 대상에서 빠진다.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수입증가추세로 미루어보면 연률 30%정도의 「코터」증가는 치열해지고 있는 각국의 수출경쟁과 관련해볼 때 대폭확대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수입자유화 범위확대방침도 막상 33개 잔존품목가운데 어느 것을 자유화할 것인가를 아직 결정짓지 못하고 있으며 금지 금 및 금제품수입의 자유화가 확정된 이외에는 IC등 10개 품목정도가 검토대상이 되고 있을 뿐이다.
수출입은행대금 가운데 수출용금리는 1%를 인상하면 평균 6%(현재5%) 가 되나 이것도 「플랜트」류는 예외 취급키로 내정돼 있다.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수출세창설문제는 「이를 계속 검토한다」고 돼있으나 통산성이 이에 맹렬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실현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관측이다. 요컨대 일본대장성은 이번 3차 대책에 의해 연간 불과 11억 내지 12억「달러」정도의 흑자감축을 예상하고 있으며 관세인하에 의한 수입증가는 3억「달러」에 머무를 것으로 통산성이 추산하고 있다. 한국이 일본의 「엥」대책에서 기대하는 것은 일본의 수출이 둔화되어 제3국 시장에 대한 한국 산품 수출환경이 호전되고 동시에 일본의 수입확대로 한국의 대일 수출이 늘어나리라는 것이다.
물론 관세율 20%인하, 「코터」확대, 자유화범위 확대 및 수출둔화 조치 등이 한국의 수출환경을 어느 정도 호전시킬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일본의 수입관세율은 한국의 대일 대종 수출품목인 원재료반제품 등의 경우, 지금까지도 관세율이 비교적 낮았으며 이들 품목은 가격보다 「코터」등의 제약이 더 컸기 때문에 그 효과를 직선적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반면에 일본의 국내물가가 앞으로 상승할 경우, 한국은 약간의 수출증가범위를 상경하는 수입원가상승의 부작용에 휘말릴 우려가 있은 것이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것은 역시 이번 「엥」대책이 종합적으로 봐서 일본의 수출억제와 수입증대에 획기적인 효과를 가져오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으로서는 오히려 앞으로 있을 가능성이 유력해진 「엥」 재 절상 등을 계기로 일본경제계에 나타날 전면적인 내부적 조정의 움직임까지를 망라해서 그에 대응하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할 것이다.
이미 최근에 일본의 「콘덴서·메이커」인 지월전기는 「엥」 재 절상에 대비, 한국에 수출전문공장을 설치, 원료를 구주에서 들여다 가공, 일본에 역수입하고 동시에 제3국에도 수출하는 새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수출입 증가의 범위를 넘어선 교역 패턴의 변화라고 볼 수 있으며 금후의 일본경제에 밀어닥칠 쇼크가 한국에 미칠 영향은 이러한 거시적 시야에서 그 이해관계를 포착,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동경=박동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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