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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개스」 중독의 방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겨우살이 채비가 더 한층 바빠지겠다. 서민들의 월동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 것은 아무래도 연탄문제이다.
우리의 주생활이 온돌방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있는데다가 주택구조 역시 아직도 대다수는 목재와 한지의 재래식 한옥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또 거기에 모든 난방이 여전히 연탄을 그 주된 연료로 하고 있는 이상, 한국의 겨울과 연탄문제와의 관련은 그야말로 숙명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땔 연탄이 없어도 문제요, 연탄이 있어 그것을 때도 항상 문젯거리를 안고 있다고 겨울 을 동장군이라 부른 것은 이제는 한날 옛 얘기와 같은 애교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연탄「개스」에 의한 중독사가 해마다 늘어만 가고 있는 요즘에는 겨울을 가히 사고의 계절이라 해서 가난한 서민의 감각에는 지나친 과장이라 할 수 없을 지경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연탄「개스」 중독사고의 추정발생률은 법정전염병의 발생률에 거의 맞먹고 있다 하며, 그 추정사망률에 있어서는 오히려 전염병의 경우보다도 더 높다.
지난 60년대의 후반기(65년∼70년)에 국한해 보더라도 전국의 연탄「개스」 중독자수는 11만9천2백96명으로 추정되고 있고, 사망자는 4천5백42명을 기록하고 있다.
그것은 인구 10만명에 연간 발생률 66.3명 꼴이요, 사망률은 2.5명 꼴이 된다. 같은 기간 중 19종에 달하는 법정전염병환자수가 13만3천6백94명으로서 발생률이 74%라 하니 연탄「개스」사고가 이에 육박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한편 법정전염병의 사망률이 1.9%이니 연탄「개스」 중독사는 그 보다도 0.6%나 웃돌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웬만한 병마보다 한층 더 무서운 것이 연탄「개스」이며, 이렇듯 무서운 「개스」를 머리맡에 두고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것이 한국의 서민들의 겨울 생활이라 할 것이다. 무섭고 부끄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이른바 불가능을 모르는 과학기술시대인 현대에 있어서 안심하고 사용함 수 있는 대중연료·무독연탄을 아직도 개발하지 못하고 있고 우리들의 아궁이를 「개스」의 사신에서 해방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이 현실은 솔직이 말해서 우리들의 생활과학의 치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기에 우리는 무엇보다도 정부당국의 적극적인 정책지원으로써 한국의 과학기술이 하루속히 실용적 무독연탄의 개발에 개가를 올려주기를 안타깝게 고대해 마지않는다.
그러나 그 같은 무독연탄이 출현할 때까지는 과도기적 예방조치가 차선책이 됨은 물론이다. 이에는 법정전염병에 대해 법적 조치와 행정 조치로써 예방을 기하고 있는 정도의 노력을 이 부문에 ?집중함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까지 연탄중독사고에 대해서는 오직 행정조치로써만 예방을 하고 있지 아무런 법적 조치가 없는 형편이다.
올해는 보사부에서 관상대와 협조, 연탄「개스」 경보를 발하기로 했고, 특히 사고 발생의 우려가 많은 지역에는 집중적인 계몽활동을 펴기로 했다니 그 성과에 기대를 걸어볼 만 하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제 목숨은 제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요, 그를 지키는 것은 제1차적으로는 자기자신의 책임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저마다 다시 한번 부엌과 온돌을 점검하는 것이 예방조치의 제1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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