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리히·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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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버나드·쇼」는「노벨」상을 비웃었다. 「사르트르」역시 그 상을 정치적인 이유로 해서 거부했다. 그런가 하면 「헤밍웨이」는 「아프리카」 에서 사자를 잡은 것과 마찬가지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노벨」상을 받았다.
그러나 「노벨」문학상처럼 영광스러운 것도 없으리라. 이번에 상을 받게 된 서독의「하인리히·뵐」은 『흥분을 가라앉히는데 30분이 걸렸다』고 솔직히 말했다.
어쩐지 가장 인간적인 수상 소감 같아 친근감이 간다. 그의 작품들이 독자에게 짙은 인상을 주는 것도 그의 이런 「휴먼」한 성격에서 나온 것 같기도 하다.
그가 상금의 일부를 「펜·클럽」이 제정한 투옥 작가들을 위한 국제 기금으로 내놓겠다는 것은 더욱 친밀감을 낳게 하는 얘기다.
그의 문학은 두 가지 계열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휴전 열차』·『「아담」은 어디에 있느냐』·『젊은 나날의 양식』등 관점을 인간 정신의 내면에 돌려 사회적으로 그린 작품들이다.
또 하나는「그룹·47」문학 상을 탄 『검은 양』과 『「울케」박사의 침묵집』등과 같은 풍속 문학이다. 이것은 단순한 「유머」 소설은 아니다. 사회나 인간의 치부를 여지없이 폭로해 가며 웃기는 작품들이다.
『「울케」박사의 침묵집』속의 「백도의 일기」에 있는 이런 구절이 그 좋은 예일 것이다.
『…「히스」원수가 「수비히」로 퇴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을 때, 그는 불과 8천5백 명의 사상자밖에 증명할 수 없었읍니다. 그러나 노련한 퇴각 전문가「맥」- 아시다 시피 우리는 「히틀러」를 「맥」이라고 몰래 불렀습니다- 의 계산에 의하면 원수의 군대가 제대로 용기를 다 발휘했다면 적어도 1만2천3백 명의 사상자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었옵니다.
이 때문에 「히스」원수는 좌천되고 말았읍니다. 그후 14년간이나 오명을 써 왔던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원수는 「슈비히」에서 1만4천7백 명의 사상자를 냈음이 증명되었읍니다. 이로써 원수의 군대가 유례없는 용감성을 가지고 싸웠음이 충분히 증명 된 것입니다….』
얼핏보면 이런 대목에서는 현실성이 전혀 무시되고, 그저 허화성 만이 눈에 띈다. 그러나 그 웃음은 그냥 껄껄 웃을 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딘가 등허리를 오싹하게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폐허 속에서 새로운『인간의 신화와 시』를 창조해 내기 위해서 그가 시도해 본 여러 가지 수법 중의 하나였다고 볼 수 도 있다. 「노벨」상 위원회에서는 그가 「토마스·만」까지의 영광스러운 독일 문학의 재건에 이바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은 전쟁과 인문과 사회의 불 합리를 무너뜨리고 뭣인가 따뜻한 웃음이 피는 시민의 세계를 소박하게나마 그리려고 했던 것으로 보는 게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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