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펑펑 푼 나라미 … 버젓이 인터넷 불법 거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정부가 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위해 내놓는 쌀 ‘나라미’가 인터넷에서 불법으로 거래되고 있다.

 5일 중앙일보가 온라인 중고 장터 ‘중고나라’에서 ‘나라미’를 검색어로 입력하자 70여 판매글이 떴다. ‘20㎏ 1포대당 3만원’ 등의 내용이었다. 일부는 ‘완판(매진)’이라고 표기해 놓기도 했다. 광주광역시에서 나라미 판매 광고글을 올린 한 주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초생활수급자여서 매달 20㎏짜리 나라미를 2포대씩 받아온다. 쌀이 집에 넘쳐나 필요 없어 내다팔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의 한 20대 여성은 “필요하면 매달 꾸준하게 20㎏씩 보내주겠다”고 했다. 대구의 한 판매자는 “식당 주인들에게 나라미를 공급한다”고 전했다. 대구의 한 재래시장 방앗간 주인은 “주변 주민이 나라미를 가져와 싸게 넘기곤 한다”고 밝혔다.

 나라미는 동사무소 등을 통해 기초수급생활 대상자에게 20㎏ 1포대에 2만원에 공급하는 쌀이다. 요즘 대형마트에서 팔리는 브랜드 쌀 가격(20㎏당 5만~6만원)보다 60% 이상 저렴하다. 일종의 정부미지만 품질도 좋다. 인터넷에 “질이 좋아 또 사려고 하는데 방법이 없느냐”고 묻는 게시글이 올라올 정도다. 그래서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이를 싸게 사서는 되파는 것이다.

 나라미를 되파는 행위는 불법이다. 양곡관리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그럼에도 나라미 인터넷 판매는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여기엔 문제가 있다. 처벌 법규정을 몰라서이기도 하지만 정부가 필요 이상으로 나라미를 공급해 기초수급자들이 ‘안 먹는 쌀’을 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나라미 9만3000여t을 47만5000여 명에게 공급했다. 1인당 1년에 거의 200㎏ 가까운 양이다. 반면 통계청이 집계한 국내 1인당 1년간 쌀 소비량은 70㎏ 정도다. 저소득층일수록 쌀 소비량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도 너무 많은 나라미가 풀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연말 이웃돕기 운동으로 인해 개인·기업이 저소득층에 쌀을 지원하면서 나라미가 인터넷에 더 많이 나오는 상황이다.

 나라미를 싸게 공급하기 위해 지난해 정부는 예산 1900억원을 들였다.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 사무처장은 “그렇잖아도 재원이 부족해 복지 현장에서 문제가 생기는 상황”이라며 “나라미가 필요한 계층에 필요한 만큼 공급되는지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