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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즈 칼럼

'무역 2조 달러' 위한 새 이정표 세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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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

1964년 수출 1억 달러를 기념하여 제정된 무역의 날이 50번째 생일을 맞았다. ‘한국의 경제적 기적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한 외국의 부정적인 시각 속에서 산업화의 기치를 앞세우고 중단 없는 전진을 한 결과 세계 수출 7강, 무역 8강의 신화가 만들어졌다.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서 무역은 한 국가의 신진대사와 산업 분야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 역할을 한다. 올해 어려운 대외환경 속에서도 한국 무역이 3년 연속 1조 달러, 400억 달러 규모의 무역흑자를 기록한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가 안정적인 체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경제운용의 대외신인도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며 새로 창출되는 일자리 4개 중 1개가 수출로 이루어질 만큼 고용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많은 역사학자가 로마제국 융성의 원인을 당사자들이 만든 제도에서 찾고 있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무역 성과는 정부와 기업, 유관기관의 민관협업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결과다. 특히 새 정부 들어 무역투자진흥회의 정례화와 활발한 정상외교를 비롯한 정부의 체계적인 뒷받침, 기업들의 시장 개척 노력이 무역시스템의 효율성을 더욱 높이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이제 무역의 날 50주년은 그동안의 성과를 점검하고 새로운 미래를 내다보는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 로마인들이 천 걸음마다 돌로 만든 비석을 세워 지나온 길과 가야 할 방향을 점검한 것이 이정표(마일스톤)의 어원이 됐다. 한국 무역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이를 현실화하는 전환점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가 세계경제의 추격자에서 벗어나 선도국가의 일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창조경제 패러다임을 기반으로 기술융합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의 프리미엄화를 이뤄야 한다. 이를 통해 무역 증대와 고용창출을 달성하는 동시에 세계시장을 누비는 중소·중견기업들을 키플레이어로 키워야 할 것이다. 이런 과제를 달성하면 전 세계가 한국인의 창의성을 기반으로 한 제품과 서비스에 열광하는 ‘Only Korea’ 이미지의 정착과 확산이 이뤄지고 무역 2조 달러의 조기 달성도 가능할 것이다.

 이미 우리는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를 개척해 세계경제 침체라는 파고를 무역 증대를 통해 극복한 모범사례를 갖고 있다. 나아가 한국에서 만든(Made in Korea) 제품의 수준을 넘어 한국인의 창의성이 내재된 ‘Korean Made’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인의 일상을 보다 윤택하게 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50년간의 성과로 한국은 무역 증대로 경제성장의 기적을 이룬 롤 모델이 됐다. 이미 수많은 개발도상국이 한국의 성장모델을 도입하기 위해 다양한 경로로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이제 개발도상국들과 성장경험을 공유하고 상생협력을 추구하는 새로운 벤치마킹 모델을 수립하고 확산함으로써 세계무역질서 창출을 선도하는 국가, 창조적 혁신을 기반으로 새로운 기적을 만들어 나가는 국가로 발돋움할 때다.

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