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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경제 정말 좋아지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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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김익주
국제금융센터 원장

이맘때쯤이면 누구나 올해보다 내년이 더 좋아지기 바란다. “올해 수고들 많으셨고”로 시작돼 “내년에는 더 좋아지는 한 해가” 등으로 마무리되는 송년회 인사말도 반복된다. 주요 기관들의 예상대로라면 내년 세계경제는 올해보다 좋아진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2.9%, 내년 3.6%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올해 2.7%, 내년 3.6%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이 전망대로라면 2010년 이후 4년 만에 전년 대비 성장률이 높아지게 된다. 사상 최고치의 미국 주가 등을 발판으로 세계 주가는 2007년 호황기 고점에 근접해 있다. IMF와 OECD의 혜안을 믿고 내년에는 더 좋아지는 세상을 기대하면 되는 것일까.

 반면 주요 기관들이 제시하는 위험요인도 있다. 미국의 돈 풀기 축소 내지 중단과 이에 따른 ▶신흥국 자금 유출 우려 ▶유로존 사태 해결 지연 ▶차이나 리스크 현실화 가능성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와 같은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다. 눈앞에 다가온 리스크는 미국의 돈 풀기가 끝나 간다는 점이다. 당장 이달 돈 풀기 축소가 시작될 수도 있다. 노무라증권은 돈 풀기 축소가 이달에 시작될 확률을 25%, 내년 1월 시작될 확률을 35%로 예상한다. 물론 아직까지는 골드먼삭스처럼 내년 3월에 시작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그러나 큰 그림에서 보면 유동성 파티가 끝나 가고 있기 때문에 이달이든 내년 3월이든 몇 개월의 차이는 중요치 않다. 신흥국 자금 이탈 우려도 파티 그 이후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행인 점은 지난 5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방향성 전환에 대한 의중을 내비침으로써 예방 접종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파티의 수혜자였던 신흥국은 환율·금리가 급등하고 주가가 급락하는 등 한 차례 몸살을 앓았다. 돈 풀기 축소의 영향을 미리 확인해 본 경험이 완충작용 역할을 할 수 있다. 각국 정책 당국이 대비할 시간을 갖게 된 점도 중요하다. 유로존 위기도 근본적 해결이 지연되고는 있지만 이미 큰 파장을 겪었던 경험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예방주사를 맞은 적이 없는 중국·일본발 위험요인을 눈여겨봐야 한다. 중국은 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통해 질적 성장과 공평을 위한 개혁을 향후 10년간 목표로 내세우는 수준에 올라섰다. 개혁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 지속 기대는 접는 게 바람직하다. 일부 해외 투자은행들은 중국의 연착륙을 전제로 한국 경제도 순항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후광효과가 있다면 악영향도 가능하다. 개도국의 문제는 앞뒤 가리지 않고 성장할 때는 발생하지 않았다. 뒤를 돌아볼 정도로 고도성장이 마무리되고 금융시장이 본격 개방되는 시기에 발생해 왔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돈을 풀어 디플레에서 탈출하고 지속적 성장을 위해 구조조정을 병행한다는 아베노믹스 역시 아직까지는 실패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그러나 내년 소비세 인상과 맞물려 경제가 선순환궤도에 진입하기 전에 금리가 급등하는 부작용이 가시화된다면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그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위기는 같은 모습으로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식상한 위험요인이라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없는지 되짚는 것은 물론이고 경험치 못한 새로운 위기가 어떻게 찾아올지 대비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기본적인 대답은 간단하다. 우선 성장·고용·물가·경상수지와 같은 거시지표들이 어떠한 이유로든 펀더멘털에 비해 왜곡돼서는 안 된다. 재정수지·외환보유액·외채와 같은 건전성 목표도 넉넉히 유지해야 한다. 말은 쉽지만 녹록지 않은 일이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가는 신중함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덧붙여 서두의 질문에 부분적이나마 답해 본다. 지난해 이맘때 IMF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6%, OECD는 4.2%로 올해 더 나아진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올해 실제 성장률은 2.7~2.9%로 지난해 3.2%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IMF건 해외 투자은행이건 무조건 신뢰할 곳은 없다. 한국이 위기에서 안전지대(safe haven)라는 해외 투자자들의 덕담도 지금 그렇다는 것이지 나중에도 그럴 것이란 얘기는 아니다. 스스로 준비하고 대처하는 수밖에 없다.

김익주 국제금융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