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의 중간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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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기국회의 국정감사는 이미 중반기에 접어들었다. 금년도 국감은 의회의 권위가 저하되어 국회가 마치 삼권 분립 제의 「액세서리」 적 존재로 타 했다고 비난하는 소리조차 들리고 있었는데 다가 야당인 신민당이 심각한 내분을 치르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과연 제대로의 감사를 실시할 수 있을까 에 대해 의문이 컸었다.
그러나 막상 국감을 개시하여 놓고 보니, 신민당이 분열 위기를 내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동 통일을 기해야 당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하고 있고, 또 국정 감사를 하는 측과 받는 측이 다같이 성실한 태도를 취해 감사의 유명무실화 경향을 피하게 된 것을 우리는 다행으로 생각한다.
이번 국감에 있어서는 우선 짧은 시일 안의 감사에도 불구하고 국정 운영상 허다한 과오와 결함이 노출되기 시작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예컨대 정부가 발주한 각종 공사 가운데 1억원 이상의 거액 공사는 예산 회계법 상 일반 공개 경쟁 입찰에 붙여야 하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거의 수의계약 및 지명 계약으로 이루어졌음이 밝혀졌고, 충남에서는 농협 융자가 농민 35%, 비 농민 65%의 비율을 보이고 있어 농협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냐는 문제까지 제기 되었다. 한국 주택은행의 서민 주택 자금은 일반 주택 자금으로 유용 되고 3차에 걸친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불입 부금은 금리 인하 전의 액수를 그대로 적용, 무주택자를 상대로 폭리를 취하고 있음도 드러났다.
세정에 대한 국정 감사는 세수 실적의 부진, 거액의 과오 납, 세관에서의 관세 감면액이 회수액 보다 많다는 사실 등으로 밝혀 내고, 그 기본 원인이 어디 있는가를 추궁하고 있다. 「8·3조치」의 여파로 전국적으로 3∼4억 원의 채권자 불명의 사채 「카드」가 들어 있는데 신민당은 이것이 정치자금 또는 현직 고관의 사채가 아닌가 하는 의혹을 품고 그 철저한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새마을운동에 부작용이 많이 일어나고 있고, 산업 총계의 부실 때문에 경제정책 수립에 원천적인 차질이 생겨나고 있음도 드러났다.
이상 국감 실시 도중에 밝혀진 몇 가지 사실만 보더라도 우리 나라 행정이 난맥 상태에 빠져 있고 또 정부가 서민 복지를 희생하고 소수 특권층의 이익 옹호에 앞강 서고 있다는 인상을 씻을 수 없게 하고 있다. 짧은 시일에 감사 대상 기관이 마지못해 제출한 극히 제한 된 자료를 가지고서 국감을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서 밝혀진 비위나 과오·결함 등이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줄 수 있을 정도의 것이라면 오늘날 행정부의 독선·독주가 얼마나 많은 폐단과 악습을 조성하고 있는가 부문 가지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장기 집권은 만성적인 부정·부패·악습을 조장하고 급기야는 잘못을 잘못으로 아는 문제 의식 마저 마비시키고 막는 것이다. 오늘날의 공화당 정부가 이런 상황 속에 휘말려 든 것은 벌써 오래 전부터의 일이지만 우리는 정권의 최고 책임자인. 박 대통령이 부정·부패의 추방과 올바른 국가 국회의 기강 확립, 그리고 국민에의 봉사를 그처럼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료층이 태평 「무드」 속에서 무사 안일에 습성 하여 엄청난 과오와 비위를 계속 저지르고 있음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남북 관계가 개선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이때 오늘 우리가 자유 사회 체제를 유지 발전시키면서 남북 대결에서 능동적인 자세를 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민 총화가 시급한 것이다. 그 국민 총화란 청렴하고 유능한 민주 정부를 중심으로 해서만 가기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오늘의 정부는 이런 기대를 충족하기에는 부족이 많다. 남은 기간 동안 국회는 국정감사를 더욱 엄중히 실시하여 정책상 과오나 부족을 밝혀 내는데 대담해야 할 것이며 또 감사 대상 기관은 국정감사가 유종의 미를 거들 수 있도록 자진해서 적극 협조토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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