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벼」 그 일부실패의 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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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기적의 볍씨」로 알려진 「통일벼」가 일부에서 실패작을 기록, 볍씨자체에 대한 회의마저 불러일으키고 있어 주목된다.
충남 당진군 전대리 통일벼단지에서는 단보 당 7백38kg의 다수확을 기록한 반면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화동리 단지에서는 이삭도 패지 않아 수확을 포기, 소 먹이로 쓰기 위해 통일벼를 베야만 하는 딱한 경우도 생겼다.
또 충북 옥천군 청산면 인정리부락은 작년의 단보 당 수확 7백13kg에 이어 올해도 7백kg이 넘는가하면 충남 홍성군 홍동면 팔괘리 송정부락은 우박 때문에 13정보에 달하는 단지가 모두 90%이상 피해를 보아 지금은 끼니를 잇기 위해서라도 농토를 팔아야겠다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의 공식조사에 의하면 9월말 현재 통일벼 실패면적이 전체의 8%에 해당하는 l만6천7백94정보.
이들 지역의 평균 단보 당 수확량은 2백30kg 안팎이라는 분석이다.
통일벼가 실패한 원인은 볍씨가 지니고 있는 내재적 특성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남방형 다수확품종 「IR8」에다 성숙이 빠른 일본종 「유가라」, 그리고 세계 어디서나 재배 가능하다는 대만종 「대중재래 1호」를 지난 65년 처음으로 인공교배, 9대에 걸친 잡종가운데서 가장 훌륭한 씨앗으로 키워낸 것이 바로 「통일」볍씨다.
그런데 새 품종은 최소한 8세대(8년)를 지나야 하며 그후에도 15년까지는 결점을 보완하는 연구가 뒤따라야 하는데 통일벼는 명목상 9대를 경과했으나 실제는 3년을 단축, 인공온실재배 등을 거쳐 무리하게 보급된 것이 큰 실수로 지목되고 있다.
비록 세대단축 온실에서 키워 육종기간을 크게 단축시키긴 했지만 그 대신 노천포장에서 서서히 키우면서 우리 나라 풍토에 적응토록 하는 힘을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라 한다.
이에 따라 실제 다수확지역에서도 최고 7백kg, 최저 3백kg이라는 엄청난 수확량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 같은 볍씨자체의 결점 못지 않게 통일벼 재배지역은 가장 토질이 좋은 곳인데도 이모작이 불가능, 피해를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통일벼의 특징은 다수확성, 내병생, 내도복성 등의 장점을 지니고 있는데 반하여 냉해에 약하고 낱알이 잘 떨어지며 밥맛이 좋지 않다는 등의 결점이 있다.
진흥청 당국이 밝힌 올 통일벼 작황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전체피해 면적 1만6천8백 정보 중 ▲냉해로 이삭이 패지 않은 곳이 23%인 3천8백53정보 ▲풍해·우박피해로 낱알이 떨어지거나 낱알이 여물지 못한 곳이 5∼10%인 1천7백42정보 ▲그리고 수해지역이 66.5%인 1만1천1백99정보이다.
한편 다수확 농민들도 정부의 통일벼에 대한 가격 및 유통대책 발표가 지연됨으로써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미 중부이남지역은 통일벼 추수가 한창이다.
그러나 통일 쌀은 아직 상품화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수매가격이 결정되지 않아 값이 형성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의 전량수매가 어려울 전망인데다 미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상품화되는 쌀값도 일반미에 비해 상당히 떨어질 것으로 보이며 이는 바로 수익성 면에서 다수확성의 이점을 반감시키는 결과가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볍씨의 결점보완 못지 않게 정부의 가격 및 유통대책이 잘못되면 내년부터 농민들이 통일벼 생산을 기피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 <김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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