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6) <제자 이혜봉>|<제27화>경·평 축구단 (21)|이혜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올림픽 선발전>
이 「베를린·올림픽」 2차 선발전 때의 조선 대표단 단장에는 조선 축구 협회의 권희창, 감독에는 현정주, 주장에는 이영민으로 명색은 조선 대표였지만 실제로 경성군이었고 일본신문이나 국내에서도 경성군으로 불렀다.
평축이 「보이코트」하는 바람에 먼저 「베스트」 11명만이 떠난 경성군은 선수를 더 보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도 이영민이 추가 선발이라는 것을 했는데 예의 연전 계통인 김경한과 이봉호 등이 낀 것으로 기억된다.
명치신궁 대회를 겸한 이 2차 선발전에는 모두 10개 지방에서 10개 「팀」이 출전했다.
조선 대표인 경축단을 비롯해 중국 대표인 와호 구락부, 대만의 철 축구단, 북해도의 함관 축구단, 관서 지방의 관서 학원 대학, 북륙의 사고 구락부, 관동의 전경응, 구주의 태본 구락부, 동북의 봉장 구락부, 동해의 명고옥 상고 등이었다.
그런데 일본 축구 협회는 어떻게 하든지 자기네의 최강「팀」인 관동의 전경 응대를 유리하게 하기 위해 경축단과는 딴 「시트」에 넣어 놓고 조선·중국·대만·북해도는 한 곳에 몰아 다른 「팀」보다는 한번 더 싸우게 대전표를 짜놨다.
이렇게 해서 우리 경축단은 10월30일 중국의 와호단과 l차전을 가졌다.
이 「게임」에서 우리는 6-2로 크게 이겼다. 2차 전인 준준결승전은 북해도의 함관 「팀」과 싸우게 됐다.
이 함관 「팀」은 1회전에서 대만 대표를 7-1로 이기고 올라온 「팀」이었으나 그 실력은 별것이 아니라고 우리는 가볍게 봤다. 그래서 11월1일의 이「게임」을 맞아 우리는 「베스트」의 이영민과 최성손 대신 김경한과 이봉호가 들어간 채 상대방을 우습게 보고 「플레이」를 했다.
그런데 이 같이 깔본게 탈이었다.
우리는 어떻게 하다가 전반에 함관 「팀」에 1점을 뺏겼는데 그후 이 실점을 만회하려고 「골」을 여러 차례 넣었지만 야촌이라는 일본인 주심은 그때마다 「업·사이드」라고「골」을 인정치 않았다. 확실히 이 야촌이라는 친구는 우리를 예선에서 탈락시키려고 장난을 하는 것이 분명했다.
이 같이 「골」을 넣으면 「업·사이드」라고 불어대니 우리 선수들의 마음이 조급해지고 당황해져서 「플레이」가 안 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때 운동장은 일본 육사 구장이었는데 동경의 유학생들이 나와서 우리를 응원해 주었다. 그러나 「골」은 안 들어가고 시간은 자꾸만 흐르니 이 유학생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응원하다가 끝내는 몸을 아끼느라고 출전치 않은 이영민과 최성손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특히 「골·게터」인 최성손에 대한 욕지거리는 빗발쳐 최성손은 몸둘 바를 모르고 전전긍긍했다.
이런 상황에서 「타임·업」 7분을 남겨놨을까, 야촌 주심이 우리 수비측의 「파울」을 불더니 「페널티·킥」을 양관 「팀」에 주지 않는가.
이때 우리 선수들의 얼굴은 정말 사색이었다.
1점을 넣어 동점을 만들어도 뭣할 터인데 7분을 남겨놓고 「패널티·킥」을 망했으니 가히 그 표정은 알만도 했다. 「골」문에서 보니까 나를 정시하는 선수는 한명도 없고 모두가 돌아서서 차마 「페널티·킥」하는 것을 볼 수 없다는 표정들이었다.
누구하나 내 어깨를 두들기며 격려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나는 이를 악물고 있다가 그 「페널티·킥」을 용케 손으로 쳐냈다. 순간적인 판단이 들어맞아 그 위기를 모면했던 것이다.
나는 쳐낸 「볼」을 바로 「하프·라인」을 넘어 차냈다.
이때 FW 배종호가 뛰어 들더니 완전 「노·마크」에서 단독 「대쉬」로 「골」을 넣었다. 단독 「대쉬」였으니 야촌 주심도 「업·사이드」를 불어댈 수 없었다. 우리 선수들의 기세는 함성 같은 응원 속에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우리는 「업·사이드」를 범하지 않기 위해 최후 수비보다 훨씬 뒤에 처져 있다가 1분을 남기고는 그 재간 덩어리인 FW 김영근이 또 「골」을 넣어 2-1로 역 전승했다.
정말 그대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아찔함을 느낀다.
준결승전에서는 관서 학원 대학과 싸웠는데 함관 「팀」때의 교훈도 있고 해서 우리는「베스트」가 나가 싸운 끝에 2-0으로 쉽게 이기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전에서는 전경응대를 2-0으로 이겨 우승했는데 「윙」으로 뛴 채금석이 1「골」, 김영근이 l「골」을 넣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