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직물 디자이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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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직물의 종류와 질에 따라 「센스」 있게 색깔을 배합하고 유행하는 「패턴」과 무늬를 도안해 내는 등 직물의 「디자인」을 도맡는 직업이 직물 「디자이너」다. 직물 「디자이너」는 경쟁이 치열해진 대기업체들의 선전과 광고를 담당하는 상업 미술가들과 똑같이 대학에서 상업 미술을 전공한 사람들이 진출하는 분야이고 또 상업 미술 가족에 포함되는 직업이기도 하지만 다루는 재료가 옷감이니 만큼 보다 전문성이 요구된다.
천을 생산해 내는 섬유 회사의 수가 늘고 섬유 회사간의 경쟁이 심해지자 요즘 웬만큼 규모가 큰 회사라면 대개 「디자이너」를 채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많은 섬유 회사가 전문적인 「디자이너」를 두지 않고 섬유 회사에서 오랫동안 어깨너머로 「프린팅」 방법을 익힌 기술자나 직조공만을 쓰고 있다. 그것은 따로 「아이디어」를 개발, 새로운 짜임새와 색상, 무늬가 든 천을 생산해 내기보다는 외국 것을 손쉽게 모방하는 생산 방식 때문인데 앞으로는 직물 「디자이너」를 채용하는 회사가 늘 것이라는 것이 「프린팅」을 전공한 장순자씨 (홍대 공예과 강사)의 의견이다.
섬유 회사간의 경쟁이 치열해 질수록 계절에 따라, 또 그때그때 변화, 유행하는 의상의「스타일」에 따라 알맞는 옷감을 생산해 내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전문적으로 미술을 공부한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유이다.
직물 「디자이너」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은 이처럼 직물 회사에서 직장을 얻는 것 외에「프린팅」만을 전문으로 하는 길이 있다.
요즘 각 백화점이나 장점에 진일된 독톡한 무늬의 「실크」류의 「넥타이」와 「머플러」등이 바로 이런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나온 제품들이다.
무지의 천에 염료를 사용, 손으로 직접 「프린팅」을 하게 되므로 「프린팅」을 전문으로 하여 인기 있는 독특한 무늬의 제품을 만들어 냈을 경우 높은 수입을 얻게된다.
한복에도 염료로 무늬를 넣는다거나 반수공으로 독특한 질감의 천을 직조하여 실내 장식품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있어 직물 「디자이너」로의 진출 가능은 더욱 밝다.
현재 직물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사람 중 외국에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마친 사람은 없고 대부분 각 대학 응용 미술학과나 공예과·의류 직물학과 출신들이다.
어느 대학이나 상업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 중 반 이상이 여학생이지만 졸업 후 계속 활동하는 수는 훨씬 적은 것처럼, 직물 「디자인」 분야도 현재 여성의 수가 더 적다. 「디자인」 포장 「센터」에 등록된 남성 「디자이너」는 몇명되지만 여성은 1명도 없는 형편이다.
여성 직물 「디자이너」를 채용하고 있는 회사는 불과 몇 군데 되지 않는데 장순자씨는 그 이유를 『직물 「디자이너」는 직접 섬유 회사의 경영에 관계되는 직업이다. 아무리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시대 감각과 유행에 맞춰 훌륭하고 독창적인 복지를 「디자인」했더라도 소비층에서 환영을 받지 못하면 복지가 팔리지 않게 되고 회사 경영에 지장이 따르게 된다. 대부분 기업가 측에서는 새로운 복지를 「디자인」해 파는 것 자체를 일종의 모험으로 여기고 있으며, 여성을 「디자이너」로 채용하는 것을 주저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풍천 화학 섬유에서 일하고 있는 안성경 양은 『하고 있는 일이 회사의 경영에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외국 복지를 참작하고 「패션」 잡지를 구독하는 것은 물론 틈틈이 시장 조사를 하는 등 근무 시간 외에도 늘 「디자인」을 염두에 두게 된다』고 말하며 「디자이너」로서의 고충은 「아이디어」나 미술적인 안목보다 대중의 기호를 중요시해야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일단 「디자인」한 천이 본래 의도했던 대로 나오는가를 살피기 위해 공장에서 여러 차례 거치는 실험 결과를 지켜보는 일도 직물 「디자이너」의 일에 포함되어 있다.
채용 방식은 대부분 학교 추천제이고 일종의 기술직이므로 일단 채용한 후에는 보수나 일하는데 여성이기 때문에 받는 차별 대우가 없다. 초봉은 보통 3만8천원 이상이다.

<박금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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