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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중공 정상회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5일 북경에 도착한 전중 일본수상은 주은래 중공수상과 벌써 몇 차례의 회담을 가졌다고 전한다.
제1차 정상회담에서 이미 양국간의 관계정상화에 관해 합의가 성립되었는데 북경으로부터의 소식은 금명간에 전쟁상태의 종식, 외교관계수립, 우호선린관계의 전개 등 3개 항목의 합의사항이 공식으로 발표되리라 한다.
몇 달 전에 출범한 일본 전중 내각 최대의 정치적 과제는 중공과의 수교문제이다. 한편, 중공 역시 전중 내각을 상대로 국교정상화문제를 해결할 생각을 갖고있던 터이므로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교정상화작업이 빠른 속도로 진척되고 있음은 조금도 놀랄 일이 아니다.
세계의 대세로 보아 일본-중공의 관계개선, 국교정상화는 필요하고 또한 불가피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 점을 솔직히 시인할 셈치고라도 국제정치의 시야에서 본다면, 중공이 미국보다 먼저 일본과 수교하게 되었고 또 일·소간 강화조약체결이 일-중공 수교이후의 과제로 미루어졌다는 것은 주목을 요한다.
이는 요컨대 중공의 입장에서는 일본과 먼저 수교하는 것이 대미관계개선을 하는데 유리한 발판을 구축하게 된다는 판단을 내렸고, 또 일본의 입장에서는 미국보다 앞질러 중공과 국교정상화를 하는 것이 대미의존에서 탈피하여 국제권력정치에 있어서 독자적인 지위를 확보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게 된 탓으로 일-중공이 미-중공에 앞서 국교정상화를 하게되는 것이다. 그리고 중공의 입장으로는 대일 선외교가 소련을 견제하는데 유리하고, 일본의 입장에서도 대중공 선수교가 소련과 강화조약을 맺는데 좋은 조건을 성숙시켜주는 면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런 점을 고려에 넣는다면 일-중공 정상회담은 전쟁상태의 종식이나, 외교관계수립, 선린우호관계의 설정의 범위를 벗어나, 「아시아」의 국제권력정치질서를 개편하는데 일-중공이 미-소 등 두 초 현대 국에 앞서「이니셔티브」를 취하려한 것임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원화해 가는 세계에 있어서 아시아의 국제권력정치구조는 4강간의 세력균형에서 확정되는 것이지만, 4강의 세력균형에 앞서 일·중공이 새로운 질서형성의 주축을 이루고자 하고 있어「아시아」제국들이 좋은 의미에서도, 나쁜 의미에서도 경계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일본은 중공이 중국에 있어서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시인하면서 중공과의 관계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중공의 국교 정상화는 일본과 대만의 외교관계 단절을 수반한다. 일본은 대만과의 단교가 경제적인 손실을 가져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전중의 북경방문에 앞서 특사를 대만에 파견했었다. 그러나 대만의 반응은 지극히 냉랭했다고 전한다. 대만은 일-중공 국교정상화가「일-화 조약」의 폐기로 보고, 일본에 대해서 경제적 보복조치는 물론, 군사적인 면에서도 견제를 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중공과 수교함에 있어서 대만과의 외교관계률 단절할 뿐만 아니라, 대만에 있는 일인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보장받는다는 조건부로 대만이 중공치하에 들어가는데 동의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대만이 주권과 독립을 수호하기 위해 일본에 대해서 일련의 견제 책을 강구하겠다는 데 대해서는 누구도 그 정당성을 부인 못한다.
이미 경제적인 면에서 탈 일본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대만은 구미자본의 진출증가 때문에 별다른 불안 동요를 느끼지 않고 있다.
앞으로 중공·대만의 적대적 대립의 지속과 아울러 일본·대만 관계의 험악 화는 동아아시아에 있어서 새로운 불안의 씨를 뿌릴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정세악화의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이 조정역할을 맡고 나서야할 것 같다. 일본이 중공과 국교를 정상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이 지금까지 선린이었던 대만의 독립과 존속을 위태롭게 한다는데 일본외교의 맹점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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