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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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 그루의 고목
「천년」이라 이름하는
사랑의 나무 은행
구름이 덮이고
비바람 휩쓸어
거칠고 어두운 날
밝은 아침이 냉철할 때
까치가 전하는 소식
참새들의 노래
감동하던 나날
사랑과 희망으로
햇빛을 보다가
만난 천년
늙고 젊은 나무
너의 오랜 인고 앞에
사명의 터전이 마련되어
활자로 전파로
국토를 넘어
세계와 교류하고
공감을 이루는 시설
민족의 언어를 가진 사자
소용돌이치는 탁류 속에서
세대의 아들딸들이 쓰는 언어의 집결
민족을 증언하고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역사의 귀에 전하며
세계의 언론대열로
뻗어 가는 필 봉
역사의 위기를 구하기에
스스로의 영혼을 밝히고
지혜와 용기로
오늘의 불행을 넘어
만세에 축복케 하는
민족 활자의 사자
지고한 사명을 이룩할
백년의 거룩한 지속이 구현되는 날
역사 반만년
그 인고의 관에
영예의 빛을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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