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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풍습과 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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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음력 8월 보름 추석은 설에 버금하는 한민족의 중요명절. 일본의 말살정책도 이 전통적인 습속을 단절시킬 수는 없었다. 또 10여년 전엔 한때 추석 공휴를 폐지한일도 있지만 우리생활에서 우러난 이 명절을 조금도 제지할 수 없었다.
역시 온 가족이 모여 조상에 다례를 올리고 선산을 참배하며 풍성한 햇곡으로 음식을 장만해 이웃과 나누며 즐기는 온 민족의 명일이다. 객지에 떠나있던 가족들도 이 날만은 종가와 부모슬하로 돌아와 함께 즐긴다.
이조의 봉건사회에 있어서 사대부와 평민 가정은 말할 나위도 없지만『병졸·노비·거지 등에까지 부모의 산소에 성묘하는 것이 이날 뿐이라』고 했다.
추석을 일컬어 『중추절』『한가위』라고도 한다. 『가위』란 명칭은 신라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한다. 신라 3대 임금 유리이사잠적에 경주의 6구역 부녀자들을 두 패로 나눠 베 짜는 시합을 벌이는데 8월 보름날 밤에 마지막 성적을 꼲아 진 편에서 음식을 차려 이긴 편에 사례토록 하였다. 이때 노래와 춤을 추며 온갖 놀이를 다 했는데 이것이 곧 가배. 가배는 가위와 같은 말로 풀이된다.
삼국사기에는 이날 진 편의 여자가 춤을 추며 탄식하는 소리가 하도 애처럽고 우아하여 회소곡이 지어졌다 하지만 중추절 행사 전반에 대해선 별 기록이 없다. 하지만 경북지방이 오늘날에도 삼베(마적)으로 유명하다든가 부녀자의 『놋다리놀이』가 전승되고있는 점등은 매우 흥미 있는 연관이다. 최근의 민속조사로 밝혀진 바에 의하면 영남에도 호남의 『강강수월래』 와 똑같은 부녀자의 3부 민속놀이가 행해지고 있으며 그것이 3부로 구성된 『놋다리놀이』의 일부라 한다. 『강강수월래』 는 임신왜란 때 창안된 것이란 얘기도 있으나 오히려 한반도 전역에 걸쳐 예부터 행해오는 민속무용으로 생각된다.
근래 재현을 본 의성 가마싸움놀이도 한가위의 민속놀이. 이것은 청소년중심의 놀이인데, 이밖에 남자들의 놀이도 적지 않다. 두 사람이 맞대 엎드린 위에 멍석을 씌워서 소 형상을 만들어 순회하는 소 놀이나 실제황소를 맞겨루게 하는「소싸움」은 모두 농사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소에도 주제가 있다. 장정들은 씨름으로 힘내기를 하고 또 농부들은 으례 농악을 울려 흥을 돋운다.
이러한 행사들은 모두 우리 나라의 농경생활과 직결된다.
더구나 계절은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풍요를 자랑하는 때요, 아직 추수는 일러 잠시 일손을 쉬는 고비이다. 선들바람이 일어 일기도 청명하고 달도 가장 밝은 *절. 그래서 농가로선 1년 중 가장 풍요로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 같기만 하소서』 하고 감사하며 기원하는 명절인 것이다.
추석음식은 일찍 익은 곡식과 과일을 거두어 차린다. 햅쌀로 술도 빚고 송편도 만들어 먹는다. 율단자·토란 단자도 모두 햇곡식·햇과일로 만드는 시식으로 세시기에 소개돼있다.
이런 음식들을 차려놓고 조상을 받들고 이웃과 즐거움을 같이하면서 민족의 얼을 되새기는 것이다. <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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