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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불교의 정치문제화|김창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백제 불교가 일본으로 건너간 것은 서기552년(흠명천황 13년) 백제성왕이 불상·번축· 경론·승려 등을 보내 준 때부터라고 일본서기에 기록돼있다. 그러나 성덕태자 관계를 수록한 상국성덕법왕제설과 원흥사녹기의 기록에 의거해 538년이 타당하다고 보는 학자가 많다.
어쨌든 당시 백제 중흥을 위하여 대외정책에 부심 했던 백제 성왕의 대화정부에 대한 문화외교정책의 일환으로서 불교를 전했다는 것은 어김없는 사실이다.
그러면 불교는 어떤 과정을 거쳐 일본에 이식했던가를 대강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일본에 있어 불교도입의 책원지는 하내국이 중심이었다. 바로 고대·상대를 통하여 왕인후예의 씨족을 중심한 한인의 집단거주지로 고대문화의 광장이던 고장이다. 불교도입운동이 이곳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당시 3대에 걸쳐 40여년 동안 집권하고있던 고대의 실력자 소아대신이 숭불사상에 젖어 있었고, 그가 거주하던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또 서문씨·동문씨·주씨 등 왕인 후예 씨족과도 극히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고 「일본서기」 와 「고어습유」에 다음과 같이 기록돼 있다.
『…갱립대장·영소아마지숙보·검교삼장(제장·내장·대장) 진씨 출납기물 동서문씨 감녹기부』즉 웅략천황 시대부터(5세기말엽) 서문씨가 동문씨·주씨 등과 함께 소아대신의 배후에서 삼장을 관장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 본국 백제의 대외시책을 위해 긴밀히 연락하는 오경박사와 왕인 후예들은 소아씨를 매개로 하여 불교 이식에 적극 활약하였다.
이에 소아대신은 정적인 물부대련가를 누르고 정치세력을 확장하기 위하여 서문씨와 긴밀한 협동전선이 불가피할 것도 뻔한 일이라 하겠다.
그러한데 일본은 건국이래 「야오요로즈」(백팔십)의 무형의 「신」만을 신앙하고 천신지지 이외의 신을 모르고 생활하느니 만큼 그들에게 있어서 불이나 경전 등이 기이하게만 보였을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아연히 불에 대한 조야의 여론은 들끓어 드디어 두 파로 갈라져 반목이 절정에 달하였던 것이다. (이상 관황저「귀화인」참조)
숭불을 주장하는 소아씨와 배불을 주장하는 물부씨와의 대립은 드디어 황위계승을 둘러싼 정치싸움으로 발전하였다.
이때 대신의 지위에 있는 소아씨는 대대삼장(제장·내장·대장)의 총관으로서 서문씨·동한씨 등을 비롯하여 다수의 도내인을 배경 삼아 국가재정의 실권을 쥐고있었다.
그리고 물부씨는 대련의 지위에 있어서 대대로 군사를 장악하고 있었고 제사를 모시는 중신씨를 통해 그의 세력을 팔미 일대(하내국) 에 떨치고 있었다.
따라서 숭불파의 기두인 소아마자는 항상 조정 측에 서서 삼보(불·법·승)에 귀화함으로써 성수의 장구함을 빌며, 나라의 안정을 돕는 입장이었다. 이에 반하여 배불파의 기수인 물부수옥은 조정의 의사에 반대하고 사탑을 불사르고 불상을 파괴하며 니승에 박해를 가하는 등 이교배척을 일삼았던 것이다.
이런 터에 마침 악역의 비운이 옥도일대에 만연하여 조정의 신하 가운데 사망자가 생기고 용명천황도 돌연 발병해 눕게 되었다.
천황이 삼보에 의하여 치병할 뜻을 표명하자 구호황자는 그를 받들어 천황의 뜻에 위배하는 자는 고하를 막론하고 처벌할 것을 공포하고 이를 소아대신에게 명했다. 이와 같은 험악한 상황을 파악한 수옥은 하내의 삽천별저에 모여서 반기를 높이 들고 대항할 태세를 보였다.
그런데 587년4월 천황이 세상을 떠나자 수옥은 혈수왕(용명천황의 아우) 을 옹립하고 마자에게 도전장을 보냈다. 마자는 즉각 혈수왕을 사살하고 삽천의 수옥별저를 협공, 격전을 거듭하는 중 쌍방의 사자가 시산혈해를 이루던 끝에 물부 측이 토벌되고 말았다.
이로써 천하가 숭불파의 독무대가 돼 이후 숭준천황에서 추고천황까지 평화향에서 불교흥륭기를 맞이했으며 일본사의 한 전환기를 만들었다.
이 승리의 이면에는 서문씨·동문씨·주씨 등(왕인 후예들)의 피비린내 나는 필사적 투쟁과 모국의 지원(오경박사 등)이 있었다는 점을 묵과할 수 없다.
특히 수옥의 머리를 벤 용장 주하승 즉 천승은 성덕태자의 총애를 받을 뿐만 아니라 소아마자의 측근대신으로 본시 왕인의 후예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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