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대9나 13대9로 봉쇄 확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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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유엔본부=김영희 특파원】제20차 유엔총회개막을 하루 앞둔 18일 한국문제를 둘러싸고 맞붙은 쌍방은 일반위원회(운영위원회)에서의 승리를 위한 마지막 득표공작에 총력을 쏟고있다. 금년도 총회의 일반위를 구성할 25개국이 확정된 직후부터 이날 현재까지 한국 측이 예상하는 표결결과는 12대9, 혹은 13대9로 토의봉쇄가 실현될 것이라는 견해이다.
19일의 개막회의에서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 등이 선출되고, 20일에는 바로 일반위가 소집된다. 한국문제를 둘러싼 동서대결은 연영위에서 벌어지는데 한국문제를 언제 토의할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의 예상대로 표 차가 2,3표에 불과하다면 양측은 총회개막 후에도 일반위가 이 문제를 도마 위에 올리는 순간까지 아직 태도를 결정하지 않고 있는「프랑스」, 기권할 것으로 보이는「키프로스」「이디오피아」「아이슬란드」를 상대로 한 설득전을 계속할 것이다.
김용식 외무장관이 진두지휘하는 한국대표단은 18일「월도프·아스트리아」「호텔」에서 20개 우방국가 대표를 위한 만찬을 베풀고 일종의 단합대회를 열었다. 이날 아침에는 영국대표단이 한국입장을 강력히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영국은 지난해「유엔」총회에서 불상정 원칙을 발의한 나라로서 한국지지의 입장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막후 교섭막바지에 성명을 발표, 특히 남북협상의 성공을 위해서도 한국문제토의는 연기돼야한다는 주장을 한 것은 시기적으로 효과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한국정부가 그 동안 주력한 것은 미국과 일본으로 하여금 한국을 위한 영향력 행사에 앞장서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곳 외교소식통들은 한국은 미국과 일본에 그들 스스로가 한국입장을 지지하는 것은 당연하고, 한 걸음 나아가서 미국과 일본 같은 나라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들을 상대로 좀 적극 움직여주도록 강력히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미국과 일본은 한국의 요청대로 불상정안 관철을 위해 적극 지원하고있다고 말했다.
유엔의 노련한「업저버」들은 주로 남북협상의 순조로운 진전 때문에 금년에도 한국문제토의연기가 관철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업저버」들은 특히 평양·서울에서 열린 적십자회담이 세계 각 국의「매스·미디어」를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된 사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한국문제 상정연기를 주장한 우방국가들은 당시 적십자회담이 시작됐으니 한국사람들끼리의 문제해결을 기다려보자고 역설했다. 그 뒤 일어난 7·4공동성명, 남북적 본 회담은 한국과 우방들이 지난해에 내세운 명분이 정당화한 셈이다. 남북적 회담 말고 한국에 유리하다고 볼만한 분위기는『지겨운 냉전문제』를 가급적 피하고싶다는 공기이다.
「유엔」에서는 한국문제는 전형적인 냉전문제로 통했다.
그러나 한국에 불리한 면도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이번 총회에는 큰 이슈가 없다는 사실이다. 작년처럼 중공「유엔」가입 같은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문제가 있다면 차라리 한국문제는 표면에 클로즈업되지 않고 넘어갈 수가 있을 것이다.
중공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중공이 총회를「스타트」부터 참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중공은「유엔」등장과 함께 강대국으로서의「이미지」를 심고자 한다고 보는데 아마도 한국문제에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비중을 크게 두고 있는 것 같은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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