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제어장치 장착 … 미끄러운 급커브길도 씽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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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중앙일보 이충형 기자가 직접 458 스페치알레를 운전해 마라넬로의 페라리 전용 서킷인 피오라노 트랙을 돌고 있다. [사진 페라리]

이탈리아 북부 모데나에서 18㎞ 거리인 마라넬로는 인구 2만 명이 채 안 되는 소도시다. 70년 전인 1943년, 자동차 경주팀을 운영하던 엔초 페라리는 자신만의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이곳에 공장을 세웠다. 이후 마라넬로는 페라리 타운이 됐다. 마을 입구엔 페라리의 상징인 껑충대는 말 문양이 서 있다. 마을 어귀의 수수한 식당 벽엔 자동차 경주 F1의 전설 미하엘 슈마허가 주방장과 함께 요리를 만드는 사진이 걸려 있다. 슈마허는 페라리 팀의 대표선수였다.

“우리는 차를 팔지 않는다. 꿈을 판다.” 마라넬로의 페라리 박물관에 들어서면 엔초 페라리가 했다는 이 말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동·운송 능력을 중시한 독일·미국과 달리 자동차의 유희적 기능에 주목한 이탈리아에선 일찍부터 화려한 성능과 디자인의 수퍼카 생산이 꽃을 피웠다.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마세라티 등이다. 전 세계 아이들은 수퍼카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꿈을 키운다.

“어른들에게 458 스페치알레는 현존하는 최고의 장난감이다.” F1 드라이버 고바야시 가무이의 시승 평이다. 단 둘뿐인 아시아 출신 F1 레이서 중 한 명인 고바야시는 최근 페라리가 선보인 458 스페치알레를 지난달 23일 페라리의 자체 트랙에서 몰았다. 비가 몹시 내리는 악천후였다. 하지만 그는 “스페치알레의 새 시스템이 미끄럼길에서 고속으로 급커브 시 뒷바퀴가 제멋대로 돌아가는 걸 막아주더라”며 “이 때문에 일반인도 전문 레이서처럼 장난감 다루듯 고속 주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58 스페치알레는 SSC 시스템을 최초로 도입했다. 급커브 등 한계상황에서도 운전자의 의도대로 차가 정확히 움직이도록 휠·토크·서스펜션·ABS 등이 유기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이다. 페라리의 차량역학 책임자인 파브리지오 바스타는 “운전자 개개인의 습관까지 인식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차가 50% 각도로 돌아야 하는데 운전자가 자꾸 휠을 70%로 꺾는다면 SSC가 이를 감안해 보정한다는 설명이다.

458 스페치알레는 페라리가 기존 360·430 시리즈에 이어 2010년 출시한 458 시리즈의 최종판 격이다. 458 모델은 터보가 아닌 자연흡기 엔진을 달았다. 최대 565마력을 발휘하는 이 엔진은 각국 자동차 전문기자들의 투표로 선정되는 ‘올해의 엔진’에 2011·2012년 연거푸 뽑혔다. ‘특별하다’는 뜻의 이탈리아어 스페치알레(Speciale)로 명명된 새 모델은 최대 605마력에 0~100㎞/h 가속까지 3초로, 페라리가 내놓은 8기통 엔진 차량 중 최고 성능이다.

페라리 공장에서는 일반적인 대규모 자동차 생산현장에서 볼 수 없는 광경들이 있다. 엔진의 본을 뜨기 위해 모래로 만든 주물은 초정밀 내시경으로 흠집을 검사한 후 1개의 엔진만을 생산하곤 버려진다. 직원들이 손수 한 땀 한 땀 시트를 바느질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렇게 차량 한 대 제작에만 서너 달이 걸린다.

귀족 마케팅도 페라리의 전략 중 하나다. 올해 초 선보인 12기통 하이브리드 수퍼카 ‘라페라리’의 경우 국내에선 구매자가 있는지 여부조차 비밀이다. 자동차 전문지 EVO의 태국판 사장인 체타 송타비뽈은 “태국에선 1명이 라페라리를 샀는데 기존에 페라리 5대를 보유하고 있어 살 자격을 얻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마라넬로=이충형 기자

페라리 '458 스페치알레' 생산 이탈리아 공장 가보니
커브 각도 등 잘못된 운전 보정해줘
초정밀 내시경으로 주물 흠집 검사
한 대 제작하는 데 3~4개월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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