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첫 침술 마취 수술-경희대 유근철 교수 전자식 침 치료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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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공에 이어 자유 세계에서는 처음으로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침술 마취에 의한 맹장 수술이 국내에서 성공을 거뒀다.
성공을 거둔 마취 의사는 경희대 의대 한의학과 유근철 교수(45)이며 수술을 받은 환자는 4년 동안 만성 맹장염을 앓아온 강수자씨(35·여·미혼·서울 서대문구 금화「아파트」아동14호).
강씨는 지난 9일 밤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436의64 청계의원(원장 조종윤·44·비뇨기과 전문의)에서 수술을 받았다. 이날 밤8시10분쯤 유 교수는 강씨의 오른쪽 손 엄지와 검지 사이, 양쪽 다리와 발목, 복부 등에 모두 10개의 침을 꽂고 자신이 만든 「전자식 침 치료기」를 조작, 5「볼트」, 0.6「암페어」의 직류를 침 끝에 연결했다. 하반신 마취에 걸린 시간은 45분.
유 교수는 밤8시55분쯤 침을 모두 빼낸 뒤 강씨의 복부·팔·다리 등을 바늘로 찔러보았으나 강씨는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찬바람을 쐬는 것처럼 머릿속이 시원하다』면서 명랑한 표정을 지었다.
강씨는 밤9시25분부터 30분 동안 원장 조씨의 집도로 맹장 제거 수술을 받으면서도 『전혀 아프지 않고 정신도 맑다』고 말했다. 강씨는 20분쯤 수술 침대에 누웠다가 일어나 주위의 부축 없이 입원실까지 걸어갔다. 강씨의 온 몸이 마취에서 완전히 깨난 것은 10일 상오 1시쯤으로 4시간동안 부분 마취가 걸린 것.
마취 전의 강씨의 맥박은 68, 호흡수 24, 혈압 최고 1백10, 최저 60이었고 마취 후의 맥박은 76, 호흡수 26, 혈압 1백35, 최저 90으로 양호한 상태를 보였다. 강씨는 수술 후 20분만에 체내 가스를 배출, 장운동 회복이 빠름을 보여 주었다. 보통 수술의 경우 10시간 후에야 가스가 배출된다는 것.
강씨는 10일 낮에도 별 통증을 느끼지 않았고 허리를 꼿꼿이 펴고 화장실 출입도 했다.
이날 밤 침술 마취와 수술 과정을 끝까지 지켜본 서울대 의대 해부학 교실 이명복 박사(60)는 10일 하오 강씨의 빠른 회복 상태를 살피고 나서 『침술로 국소 마취나 전신 마취가 가능한 것을 증명했다. 놀라운 성공이다』라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부속병원 마취 과장 곽일용 교수는 침술 마취에서 환자의 근육 이완과 반사 처리문제가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궁금하나 침술 마취를 받은 환자가 통증을 느끼지 않았다는 것은 마취가 걸린 상태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경희 의대와 대학원을 졸업, 침술연구에 몰두해왔다.
유 교수는 지난 61년9월5일 무통 자동 시술을 할 수 있는 「전자식 침 치료기」를 고안하여 실용 신안 특허를 얻었다.
침술 마취의 장점은 ①수술 후 구토증·요통 등 부작용이 없고 ②심장질환자·신체 허약자 등 마취약에 의한 마취가 어려운 환자라도 위험 없이 수술을 받을 수 있으며 ③수술 후 회복이 빠른 점등이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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