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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송 응급 의료체계 미흡 중증 외상환자 사망률 높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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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1 응급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모습.

‘골든타임’은 병원에서 생사를 오가는 환자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간을 의미한다. 중증외상 환자의 생사가 결정되는 시간은 응급 외상 환자의 경우 1시간, 뇌졸증 발병환자의 경우 3시간으로 사고 발생 후 피해를 최소화하고 치료 후 효과가 가장 좋은 시간을 뜻하는 의학 용어가 바로 ‘골든타임’이다.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골든타임’에서도 긴박한 응급센터의 모습을 잘 보여준 바 있지만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닌 단국대병원 권역 외상센터에서도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고군분투가 실제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의 권역 외상센터 지원대상으로 선정되며 중부권 중심병원으로 우뚝 선 단국대학교병원(병원장 박우성)이 다양한 교육과 시설 개선 등으로 중증외상환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단국대병원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권역 외상센터를 심사한 결과 단국대병원을 비롯, 가천대길병원, 경북대병원, 목포한국병원, 연세대원주기독병원을 선정됐다.

의료기관별 중증 외상환자의 진료실적과 성과, 권역 외상센터 운영계획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던 단국대병원은 지난 1년 동안 시설과 장비, 인력을 갖추고 다양한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중증 외상 전문병원의 부재로 인한 환자 유출을 막고 외상 관련 사망률을 감소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 권역 외상센터 의료진이 지역?병의원에서 검사한 환자의 영상을 보며 치료방향에 대해 회의하고 있다. 3 충남 소방본부와 함께한 ATLS 교육. [사진 단국대 병원]

“시설·인력 부족으로 사망률 32% 넘어”

지난달 26일에는 충남 소방본부와 함께 병원 대강당에서 ATLS 교육을 시행했다. ATLS

(Advanced Trauma Life Support·전문외상처치술)이란 외상환자에 대한 응급실에서의 평가 및 초기 처치에 중점을 둔 교육 과정으로 지역사회 의료진 및 소방본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진행됐다. 이번 교육은 중증 외상환자의 소생률을 높이고 지역의 병원 전 중증 외상환자 이송 체계를 발전시키고자 마련된 행사로 충남 소방본부에서는 ‘충남소방구조구급 현황 및 비전’을 소개하고 박희곤 권역외상센터장은 권역외상센터 개요를, 최한주 충남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지역내 응급의료 네트워크 구축 방안을, 문형준 순천향대 천안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병원간 이송 개선 방안 등을 각각 소개했다.

 또 단국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의료진들이 대거 참여해 두부·흉부·복부·사지외상의 위험에 대해 발표하며 앞으로 외상센터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뜻깊은 행사로 진행됐다. 이날 권역외상센터의 개요와 관련, 발표자로 나선 박희곤 단국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미흡한 응급 의료체계에 대해 진단했다.

 “해마다 각종 사고로 인한 손상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물론, 중증 외상환자의 경우 발생빈도도 증가할 뿐 아니라 매우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선진국의 사례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중증 외상환자의 사망률은 매우 높은데 예방 가능한 사망률의 경우 외국의 선도적 센터는 1%를 목표로 운영 중에 있지만 한국은 32%가 넘는 수준입니다. 이 같은 이유는 외상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이 부족하고 병원 전 단계에서 중증 외상환자에 대한 적절한 처치 후 병원으로 빠르게 이송할 수 있는 응급 의료체계가 미흡하기 때문입니다.”

중부지역 유일한 권역 외상센터 ‘단국대병원’

실제 우리나라 외상환자의 예방 가능한 사망률은 지난 2010년 통계에 의하면 35.2%로 여러 선진국의 20% 미만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미 선진국은 20여 년 전부터 외상전문 진료체계를 도입해 외상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감소시켰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체계화된 중증 외상환자 전문치료시설이 없는데다 치료에 대한 체계 및 외상 전문의사도 극히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우리나라 외상환자의 예방가능 사망률을 2020년까지 20% 미만으로 낮추기 위해 응급의료기금을 중증외상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입하기로 결정하고 2012년에 전국의 최근 몇 년간의 외상 환자의 발생과 그 치료 실적 등을 분석해 1차로 5개의 병원을 권역외상센터로 지정한 것이다.

외상 치료 실적과 헬기 착륙장 등 여러 분야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 중부지역에서 유일하게 권역 외상센터를 유치하게 된 단국대병원도 앞으로 5년 동안 시설 및 장비, 인력 등을 체계적으로 갖춰 중증 외상환자에게 중요한 ‘골든타임 1시간’을 지켜낸다는 계획이다.

 박희곤 센터장은 “지역 내 응급의료의 네트워크 구축 및 병원간 이송체계가 개선되고 센터나 병원의 외상 팀을 이끌 전문인력을 양성해 나간다면 우리나라도 예방 가능한 사망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은 응급의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앞으로 단국대병원 권역외상센터가 선도적 역할을 담당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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