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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권리선언」 인천서 열린 대학원교육발전 「세미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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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학 속의 망각지대 대학원이 스스로 「권리선언」을 하고 나섰다. 심오한 이론탁마와 연구개발로 학문의 체계를 구축하고, 대학교수의 공급원이 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먼저 외면만 하고있는 대학당국의 대학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환기시키고 대학원간의 협조체제형성으로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며, 대학원생에 대한 국가의 재정지원을 촉구하자는 방안까지 제시되었다.
서울시내 대학원장 간친회(간사장 백철)가 17일 인천에서 가진 대학원 교육발전 「세미나」는 한국 대학원(일반)교육의 전반적 문제점을 토의한 끝에 이 같은 방향으로 개선책을 모색한다는데 뜻을 모았다. 학문의 연구, 대학교원의 양성을 위한 대학원의 기능쇄신은 국가적 여망이기도 하다. 이러한 여망은 고급인력의 지나친 외국대학원의존에 대한 비만에서 더욱 절실하게 대두되고있다.
외국과의 비교를 통해 대학원교육의 실태를 살펴본 김종철 교수(서울대사대)는 『대학1∼2학년과 3∼4학년 그리고 대학원생의 교육비를 1대3대8의 비율로까지 책정, 엄격한 강의와 「세미나」, 독자적인 연구 등을 제도화된 「프로그램」으로 진행시키는 미국에 비해 한국의 대학원은 지나친 무관심 속에 기능포기상태에 있다』고 진단했다.
60년대에 들어서면서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들의 귀국이 증가하기 시작, 지금까지 학문의 완성된 업적으로 인정하던 박사가 수적으로 압도하여 국내 대학원에 대한 반성은 더욱 절실해졌다. 미국식 제도를 받아들인 채 인식은 일본식으로 되어있던 대학원은 박사제도가 있으면서도 사실상 학위수여는 부진했던 것이다.
이제 대학원의 기능에 대한 합리적 정의를 내리고, 기능수행을 위한 방안 강구는 타의에 의해서도 다급해졌다.
고급인력의 양성뿐 아니라 학문의 세계적 수준향상을 위한 요람으로서도 대학원의 기능회복은 시급하다.
나웅배 교수(서울대 상대)는 한국대학원교육의 문제점과 개선의 방향을 말하면서 대학원교육의 문제점을 6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전통적으로 학부교육에 중점을 두어왔으며, 대학행정당국자나 교육담당자들이 대학원교육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학원은 대개의 경우 명목상의 존재에 불과하며 개선노력은 없다.
둘째, 대학원교육의 목적 및 성격의 불명확성이다. 대학교육의 확고한 철학을 갖지 못한 시대적 상황에 휩쓸려 대학의 수는 급격히 팽창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원은 종합대학으로서의 구색을 위해 설치되었을 뿐이며, 대학원교육의 목적·성격·교육내용 및 학위평가기준에 대한 검토가 전혀 없었다.
따라서 한국의 대학원교육은 도제교육을 주로 한 구 일본식의 폐쇄형 제도와 다수학생을 상대로 하는 미국의 개방형 제도가 여건과 원칙이 마련되지 않은 채 혼합되어 왔다. 이는 특히 ①석사·박사학위과정의 목적이나 성격 및 교육내용과 객관적 평가기준의 문제 ②60년대 초에 갑자기 늘어나기 시작한 미국식 특수대학원과의 혼란 극복문제 등을 야기했다.
평가기준의 문제는 특히 미국에서 인구10만 명에 약15명의 박사학위를 내놓는데 비해 한국이 0·61명을 내놓았다는 국내대학원 박사품귀현상을 빚었다.
나 교수는 이어서 대학원자체내의 문제를 들었다. 즉 세 번째 문제점은 대학원교육의 부실성이라는 것이다. 부실의 원인은 ⓛ유능한 교수의 부족 ②도서 및 기타시설의 미비 ⑧교육내용의 일정한 편성이 없는 채 교수위주의 편의적인 교과편성을 하는 점 ④대부분의 교수가 대학원교육은 과외시간으로 맡고있기 때문에 비공식적·온정주의 적 교육운영을 하고있다.
넷째, 대학원교육의 권한과 책임소재의 불명확성이다. 형식적으로 대학원장이 권한과 책임은 갖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대학원생의 교육은 각 단과대학이 맡고 있다. 이 경우 단과대학 교수나 학장은 대학원에 대한관심을 학부교육 때문에 소홀히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섯째, 대학원규모의 영세성이 대학원의 정상적 운영을 저해하고있다는 점이다. 대학원진출 희망자의 절대 수는 적은데다 교육능력의 고려도 없이 모든 종합대학이 대학원을 구색에 맞추기 위해 설치한 결과다. 끝으로 대학원학생의 종인 체제가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사회는 대학원졸업생을 흡수할 체제를 갖추지 못했으며 학자와 연구자의 권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외국에서 대학원을 나온 사람이나 학위를 우대하는 사대적 풍조는 이를 더욱 조장하고 있다. 더욱이 장학금제도가 학부에 치중하고 있어 많은 희생을 각오하지 않는 사람이 대학원에 진출하기는 어렵다.
이 같은 문제점을 시정하고 대학원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학원의 사명과 역할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해야한다고 나 교수는 강조했다.
대학원교육 강화를 위한 구체적 방향은 5가지로 요약되었다. 즉 첫째, 목적·성격·교육내용 및 객관적 평가기준의 명확화 둘째, 대학원교육 및 행정조직의 개편을 통한 권한 및 책임소재의 명확화 셋째, 교육내용의 충실화를 위해 ①대학원강의시간을 교수의 책임시간에 가산하고 ②체계적 교과과정을 편성하며 ③타 대학과의 학문교류를 증진해야한다.
넷째, 장학제도의 확충·취업기회의 확대·교수채용에 있어서의 대학별 폐쇄성지양으로 학생유인체제 강화 다섯째, 대학원간의 상호협조강화 등이다.
특히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대학원실정에서 상호협조체제는 서울시내 모든 대학원장이 찬성하여 원칙적 합의를 보았다. 연대·이대·서강대의 경우와 같은 공동강의와 「풀·테스트·시스팀」을 통한 졸업자의 일정수준 유지를 위한 공동평가기준 구성문제도 제기되었다. <권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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