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청소년 「무전여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제주】여름방학동안 무전여행을 목표로 적은 노자를 마련, 제주도 등 도서지방에 관광 갔던 청소년들 가운데 일부 소년들이 노자가 떨어져 발이 묶이자 현지서 식당종업원으로 취업하는 등 빗나간 무전여행의 일면을 드러내고있다.
대부분 서울·부산 등 도시 중·고생인 이들은 당초 기대했던 도움을 얻지 못해 노자가 떨어지자 구걸하다시피 민가를 헤매며 민폐도 끼치는가하면 갖고 갔던 등산장비를 팔아 끼니를 때우다 이것도 떨어지면 가두직업소년합숙소에 들어가 여비를 벌기 위해 일하는 등 무전 여행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있다.
15일 확인된 바에 따르면 이날 현재 도내에는 이같이 묶인 청소년이 50명을 훨씬 넘고 있다는 것이며 이중 30여명이 여관종업원 등으로 취업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가두직업소년합숙소 등에서 구걸하다시피 하고 있다는 것.
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대부분 집을 떠날 때 부모들이 말리는 것을 뿌리치고 3∼4천 원씩의 노자를 마련, 등산장비를 갖고 무턱대고 제주도에 왔으며 계획대로 무전여행이 이루어지지 않아 곤경에 빠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처음엔 민가를 찾아 밥을 얻어먹다가 나중엔 등산장비를 하나씩 팔아 끼니를 때우다 팔 것이 없게되면 현지 취업한다는 것인데 현재 제주시 부둣가의 모 식당에서 일하는 윤 모 군(15·서울M중학2년)의 경우가 대표적 「케이스」.
윤 군은 방학이 된 지난 7월26일 돈 4천 원을 갖고 무전여행을 떠나 제주에 왔으나 도착2일만에 여비가 떨어져 할 수 없이 모 식당주인의 소개로 「함흥냉면 집」에서 한 달에 4천 원을 받기로 하고 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며 『돈이 떨어진 이틀 동안 굶어 죽는 줄 알았다』고 말하고있다.
윤 군은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1의566 집에서 돈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제주시 칠성로 미화관에도 이 모군(18·서울 동대문구 중화동)이 일하고 있는 것을 비롯, 시내의 식당·여관 등에 약30여명이 일하고 있으며 20여명이 합숙소에 있고 서귀포·중문·성산포 등에도 수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