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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견 도박 37명 검거 … 이기면 3000만원 몸값 진 개는 보신탕 신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췻췻~ 동호야 그렇지! 물어!”

 지난 6월 24일 새벽 강원도 춘천 야산의 한 공터에선 투견(鬪犬) 시합이 한창이었다. 다부진 근육질의 갈색 핏불테리어 두 마리가 쇠창살 안에서 거친 숨소리를 내뿜으며 맞붙었다. 주변엔 40·50대 중년 남성 구경꾼 50여 명이 흥분한 눈빛으로 싸움을 구경하고 있었다. 검은색 등산복 차림의 수금원은 울타리 가장자리를 돌며 흥을 돋웠다. 구경꾼들은 저마다 수금원에게 돈다발을 건네 투견에게 베팅했다. 이 장면은 검찰 수사관의 카메라에 그대로 녹화됐다. 현장을 급습하려다 한 차례 허탕 친 끝에 잠복한 성과였다. 화면에 잡힌 이들은 석 달 뒤 수사팀에 붙잡혔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윤재필)는 강원·경기·충청 지역을 돌며 투견 도박을 벌인 혐의(도박개장·동물보호법 위반 등)로 37명을 적발해 라모(44)씨 등 도박 개장자·심판 9명을 구속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견주(犬主) 이모(50)씨 등 도박 참가자 9명은 불구속 기소, 11명을 약식기소, 8명을 지명수배했다. 라씨 등은 전국을 돌며 1년 동안 28회에 걸쳐 판돈 6억2000만원 규모의 투견 도박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투견 도박은 비밀스럽게 진행됐다. 핏불테리어 동호회나 지인의 추천을 통해 참가자를 끌어모았다. 그러고는 개장 직전 대포폰으로 장소를 알려줬다. 야산에서 오후 10시부터 새벽 4~5시 사이에 도박장을 열었다. 윤 부장검사는 “도박 개장자 , 견주, 판돈을 관리하고 승패에 따라 수익금을 나누는 수금원, 심판과 부심, 망꾼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진행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1인당 최고 200만원까지 베팅했다. 개장자는 판돈에서 10%의 수수료를 떼고 이긴 사람에게 나머지를 건넸다. 싸움에서 이긴 개는 최고 3000만원까지 거래됐지만 진 개는 식용으로 판매됐다. 윤 부장검사는 “많을 때는 한 시합에 200~300명이 참가했다”며 “기업체 사장, 증권사 간부, 전직 교사 등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투견이 한 마리가 죽거나 크게 다칠 때까지 이어지는 잔인한 범죄인 점을 감안해 관련자 전원에 대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김기환·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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