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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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야구에 「텍사스·히트」라는 게 있다. 내야수와 외야수의 사이에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아무리 수비진이 완벽하다 하더라도 이런 공을 받아 내기는 어렵다. 그러니까 아무리 완벽한 수비진에도 이런 허점은 있게 마련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내야와 외야 사이에 선수를 더 배치하면 될 것도 같다. 물론 9명이라는 인원 제한을 무시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사람을 늘려도 허점은 있기 마련이다. 사람에게는 늘 눈 깜짝할 사이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두눈을 부릅뜨고 앞을 바라본다 해도 사람은 눈을 깜짝이기 마련이다. 대개 10초 내지 15초에 한번씩은 눈을 깜짝이게 된다.
물론 몇 분의 1초의 사이지만, 이 사이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문자 그대로 맹점이다.
그래도 아무 지장은 느끼지 않는다. 그야말로『눈 깜짝할 사이』이기 때문이다. 가령「필름」을 영사할 때에도 1초에 24개의「프레임」씩만 회전시키면 된다.
사실은 한 「프레임」씩의 토막 토막이 「스크린」에 비추게 되는 것이지만 그 토막과 토막 사이를, 사람의 망막에 남은 잔상이 메워 주기 때문이다. 이런 「이미지」의 역할을 사람의 행동에서는 타성이 맡아 한다. 이게 또 맹점이 될 수도 있다.
외신에 의하면 최근에 태국에서도 한국의 「하이재킹」 예방법을 도입했다고 한다.
여기에 관한 한 과연 우리 나라 만큼 완벽한 예방법도 없을 것이다. 특히 우리 나라에는 다른 나라엔 없는 주민등록증의 대조까지 있다. 「텍사스·히트」 같은 것이 생길 여지가 없다.
그러나 당하는 탑승객의 입장에서는 때로 너무 지나치다고 여겨질 만큼 불쾌한 경우도 없지 않은가 보다. 고성능 금속 탐지기가 있다면서도 소지품을 호주머니에서 다 털어 내놓아야 한다.
검사관에 따라서는 부녀자의 「핸드·백」도, 어린이의 장난감 「카메라」도 기내에 들고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 기내에서 손볼까 하던 문인들의 원고지 뭉치도 안 된다 한다.
그래도 참을 수는 있다. 백 명 가까운 귀중한 생명들을 보호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이고 보면 참지 못할 것도 없다. 어린이가 인파에 밀려 검사관 옆에 가까이 섰다. 저리 비키라고 퉁명스럽게 밀어젖힌다. 어린이가 터지려는 울음을 꾹 참는다. 부모도, 아무도 항변이 없다. 그런 대접을 받는데 익어 있기 때문일까.
그러나 맹점은 얼마든지 있다. 「개설린」이 들어 있을지도 모르는 「버너」가 든 「룩색」은 건성으로 살핀다. 안면이 있는 듯한 손님의 짐은 차례를 어기면서 통과시킨다. 물론 보지도 않고서 말이다. 타성에 젖어 든 모양이다. 제주도발 국내선의 답승 광경의 한 토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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