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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사채의 구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9일자로 마감된 사채신고실적을 분석한 다음 30만원 미만의 소액사채는 동결을 즉각 해제하고 30만원 이상 3백만원에 대해선 4단계로 나누어 거치와 상환을 단축시키는 첫 번째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또한 즉각 해제될 30만원 미만의 소액사채를 쓴 중소기업체의 자금난을 덜기 위해 국민은행이 10억원의 신용기금을 설치, 신용보증대출을 확대하도록 조치했다.
이와 같은 소액사채 구제방안은 영세소액사채까지 희생시켜가면서 대기업에 ,득을 줄 필요는 없다는 배려일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그 해제방침을 환영하는 바이다.
이번 소액사채구제조치로, 대상에 들어간 3백만원 이하를 모두 합쳐서 채권자신고액 3천5백55억원을 기준, 총 신고건수인 20만9천6백33건 중 89·7%가, 그리고 금액으로는 32%에 해당하는 1천1백38억원이 구제혜택을 받는 것이며 이중 즉각 동결이 해제될 30만원 미만분만 따지면 총 신고건수의 34·9%, 신고금액의 2·9%에 해당하는 1백3억원이 풀려나게 되는 것이다.
비록 2백만원 이상 3백만원 이하의 경우 ,원금회수만료까지의 기간이 4년으로서 구제조치 이전의 3년 거치 후 5년 분할상환보다 절반밖에 단축되지 않은 것이긴 하지만 총 신고액의 3분의1에 해당하는 부분을 정부가 구제대상으로 잡은 것이라 하겠다.
신고가 마감된 후 어느 선에서 구제대책이 강구될 것인가에 대해 모든 사채신고자들이 주목해 왔던 점에 비추어 구제방안이 신속히 강구된 것은 혼선과 잡음을 씻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일단 묶였던 자금이 풀려나가는 것인 만큼 사후대책에 소홀함이 없어야겠고 채권자와 채무자간에 알력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상호간의 협조가 있어야 할 것이다.
첫째, 1백3억원에 해당하는 30만원 미만 소액사채는 반제기한이 도래되면 상환요구로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바로 기업의 자금수요로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국민은행·중소기업은행 등에 대한 각 10억원씩의 신용보증기금 설치와 신용대출의 확대로써 자금수요에 뒷받침하는 배려가 돼 있지만 대출해 가는 사람의 신용도 측정이나 사채가 금융가로 전환되는데 따른 국내여신한도의 잠식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과제가 해결돼야 할 것이다.
이것은 30만원 미만의 소액사채뿐 아니라 앞으로 3백만원까지의 구제대상에 들어 있는 사채를 상환하는데 있어서도 계속 뒤따를 것이다.
둘째, 사채신고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나타났던 채권자와 채무자간의 대립현상이 현재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 문제는 경우에 따라 법정으로 번지는 사태까지 몰릴 가능성이 있는데 무엇보다도 채권·채무자간에 이해가 앞서야만 원만히 해결되고 지금의 사태를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일단 동결이 해제되는 분은 채권자와 채무자간의 강약에 따라 사금리의 변동까지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만약 채무자가 약자의 입장에 있는 경우엔 금리지급액의 인상으로 무마하려는 움직임도 있을 것으로 예견되는데 이것은 결과적으로 채무자의 부담 증가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상환자금의 뒷받침이 필요한 것이라 하겠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소액사채구제 문제는 빠른 시일 안에 결론지어짐으로써 소액채권자들에게 보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혼선과 잡음을 배제한 것은 다행한 일이나 모든 뒤처리 문제에 소홀하지 않고 상호간의 협조와 이해가 있어야 할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해 둔다. 뿐만 아니라 앞으론 조정사채증서 발급과 당국의 사채이의신청에 대한 처리에 있어서도 신속하고 명확한 차리 기준을 만들어 모든 불안감을 되도록 빨리 씻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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