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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심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뮌헨·올림픽」의 개막을 기념하는 윤이상 작곡의 「오페라」 <심청>이 지난 1일 밤 절찬리에 초연을 가졌다.
『춘향전』과 나란히 해서 예부터 우리에게 낯익은 <심청전>이 한국인의 손으로 「오페라」화 되어 국제적인 무대에서 첫 공연을 가지게 됐다는 것은 여간 감격적인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이 「오페라」 <심청>의 음악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겠는지, 그 만큼 우리는 현대 음악에 낯선 것이다. 요새 우리네 FM「라디오」「클래식」 음악 「프로」는 압도적으로 많은 「쇤베르크」 이전의 고전 음악으로 메워지고 있는 형편이다.
외신에 의하면 <심청>은 무조 음악에 아악의 음들이 도입되었다고 한다.
작곡자 자신이 공연을 끝내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다.
『나의 예술은 내 나라의 선조들의 얼이 뿌리 박힌 한국에 바탕하고 있으며 세계 민족이 융합할 음악 세계를 개척하는데 있다.』
윤이상은 20세기 최고의 「오페라」라고 알려지고 있는 「보체크」의 작곡자 「알만·벨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 되어 있다.
「벨크」는 「안톤·베베른」과 함께 「쇤베르크」의 수제자였다. 특히 그는 십이음 기법을 써서 여기에 서정적인 표현을 넣는데 뛰어난 독창성을 발휘했다.
따라서 윤이상의 무조 음악은 「쇤베르크」의 뒤를 이은 서구 고전 음악의 필연적인 발전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게 된다.
20세기는 예술의 모든 분야에 있어서 새로운 미와 인간성의 부활을 위한 격투를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쇤베르크」도 새로운 표현을 위해서 조율이 없는 음악을 쓰기 시작하고, 음악을 중심 음의 지배로부터 해방시킴으로써 그 표현 범위를 확대시켰다.
무조 음악이란 음악 속에 포함되어 있는 12개 음에 절대적인 평등성을 부여하고 『각 음 서로의 사이에서만 연관되어진 12음』에 의한 음열로 모든 음악을 구성하려는 것이었다.
현대 음악은 아직도 온갖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전위적인 한국의 또 다른 음악가 백남준도 그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윤이상의 이번 「오페라」 음악이 주목을 끈 것도 특히 그가 전통적인 서구의 음악 세계에 한국의 전통적인 음악이 지닌 비합리적인 「리듬」·음색·「인토네이션」을 도입함으로써 보다 넓고 새로운 음악의 세계를 개척하겠다는 모험성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심청이 인당수에 빠진 것은 인류의 구원을 위한 것이다』라는 <심청>의 대본 작가의 풀이다.
가장 민속적인 설화가 얼마나 현대적이며 세계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몹시 흥미 있는 예증이 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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