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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평검사 토론] 서열파괴, 대규모 물갈이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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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9일 노무현 대통령이 토론 과정에서 여러 번 검찰 간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데 자극 받아 김각영 검찰총장이 현 정부의 인사 정책을 공격하면서 사표를 제출함에 따라 검찰 내부는 당분간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盧대통령은 金총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검사장급 간부에 대한 서열 파괴 인사를 예정대로 단행할 것이 확실해 검찰 내부의 반발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또 盧대통령과 평검사 대표들은 검사 인사제청권의 검찰총장 이관 등 검찰 중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혁안을 둘러싼 이견을 해소하지 못했다.

검찰총장 사퇴=金총장이 든 사표 제출 이유는 간단하다. 더 이상 검찰총장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심에는 盧대통령이 평검사 토론회에서 "대다수 검찰 간부들을 믿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혁인사를 밀어붙이겠다"고 공언한 게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강금실 법무장관이 "金총장이 승진 대상으로 천거한 검찰 인사들이 이용호 게이트나 피의자 구타 사망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공개한 부분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金총장의 사퇴로 검찰 수뇌부 인사가 다소 지연될 수도 있다.

파격 인사 불변=盧대통령과 강금실 법무장관은 한 목소리로 "이번 인사를 원칙대로 해 검찰 조직을 안정시키고 추후 단계적으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들에 대한 인사는 예정대로 10일께 단행될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사법시험 14~16회에서 4명만 고검장급으로 승진하게 돼 13~16회 간부들의 연쇄 퇴진이 예상된다. 17일에는 부부장급 이상 검사들에 대한 후속 인사도 예정대로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검찰 간부들의 반발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게 됐다.

쟁점 이견 여전=검사들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방안 마련을 盧대통령에게 촉구했다. 당장 10일로 예정된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인사부터 평검사가 참여하는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게 해 달라는 건의였다.

이번 인사안은 과거 독재정권에서 했던 것과 같은 밀실 인사로, 오히려 검찰 중립성을 해칠 뿐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盧대통령은 "제도 개혁을 다 하고 검찰 인사를 하려면 시일이 촉박하다. 이번엔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고 잘라 말했다.

검사들에 대한 인사제청권을 법무부 장관에서 검찰총장에게로 이양해 달라는 평검사들의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법무장관이 검찰 인사.예산권을 쥐고 개별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는 현행 제도는 문제가 있다는 게 검사들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盧대통령은 "권력기관에 대한 문민 통제를 위해 법무장관에게 인사권을 주는 것으로 현재로서는 이를 이양하기 어렵다"는 논리로 일축했다.

인사심의위원회 구성=검사들은 명실상부한 인사심의위원회의 구성을 요구했고 이에 盧대통령도 원칙적으로 동의, 조만간 이 논의가 법조계와 정치권 사이에서 부상할 전망이다.

특히 盧대통령은 "검찰총장 등 검찰 고위 간부와 부장검사.평검사 인사를 구분해 별도의 인사심의위원회를 만든 뒤 고위 간부 인사에는 평검사 대표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밝혀 주목됐다.

조강수 기자 <pinejo@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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