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산업의 침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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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연료의 근대화라는 이름 아래 성급하게 추진된 석탄소비의 유류 대체와 가격정책상의 불평등한 대우 때문에 현재 석탄업계는 크나큰 경영난을 겪고 있다.
지난 21일 석유값과 석공 탄값 인상 이후 민영 탄광업계도 8윌 1일부터 값을 15% 올리기로 결의했다고 하나 소비위축에 따른 저탄의 과다와 비수기까지 겹쳐 제값을 받기 어렵고 오는 11월쯤에나 가야 인상된 값을 받게 되리라는 것이다.
석탄이 궁지에 몰린 것은 어제오늘에 생긴 것이 아니라 이미 연료 근대화가 추진되던 68년부터 시작된 일인데, 특히 지난겨울의 이상 난동 이후 재고량이 누증되어 최근의 산원 및 소비지 체화량은 3백 13만t에 달해 정상 재고량인 1백만t 수준을 3배나 넘는다.
따라서 이와 같은 석탄광업의 침체 현상으로 말미암아 외상판매의 장기화와 「덤핑」 현상까지 빚어 80여 개 민영 탄광업자 중 5개 중소업체가 부도를 냈고, 이중 2개 업체는 경영주체가 변경되었으며, 5∼6개의 대단위 탄좌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가 운영 난에 직면해 있다.
유류값이 폭등을 거듭하는 가운데 귀중한 외화가 원유도입으로 연간 2억불 가까이 지출되고있는 실정에 비추어 국내 자원개발에 의한 외화지출 억제뿐 아니라 고용효과도 큰 석탄산업의 침체현상을 우리는 가슴아프게 생각하지 앉을 수 없다.
오늘날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훨씬 높고, 국력도 몇 배나 되는 선진 외국에서도 석탄산업을 보조해가면서 지하 1천m 이하의 심부광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민영탄광의 경우, 처녀광이나 마찬가지인 지표 0에서 채탄을 하고 있고, 석공은 평균지하 1백 12m 정도에서 채탄을 하는 경제성이 있음에도 이를 경시하고 유류에만 의존하려는 것은 연료 또는 산업정책상 큰 오류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석탄 가격 면에 있어서도 우리는 이번에 인상된 것을 기준해서 t당 8불 90선 수준인데 일본·서독·영국 등은 20∼25불 선에 이르고 있고, 특히 우리 나라에서는 같은 열량기준으로 석탄 값이 석유 값의 절반도 안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값비싼 유류를 억지로 권장해 가면서 국민소득의 상당한 부분을 산유국이나 외국 석유회사에 넘겨주고 있다.
지난 2차 5개년 계획기간 중의 유류와 석탄의 소비증가 추세만 봐도 유류는 5개년 평균이 16·4%인데, 석탄은 0·6%에 불과하여 현재까지도 생산·소비량이 연간 1천 3백만t 이내에 머무르고 있다.
작년 중에만 해도 석유 값은 두 차례에 걸쳐 공장도 값을 44·5%나 올려 주었지만, 석탄 값은 15%인상에 그쳤다.
그러나 70년도의 수익성을 비교해보면 석탄산업은 총자본 이익률이 4·35%, 기업 이익률이 7·12%, 매출액 순이익률이 3·4%에 불과한데 정유공장은 총자본 이익률이 6·44%, 기업 이익률이 9·07%, 매출액 순이익률이 7·76%였다.
더구나 이 수익성 이익률은 석탄산업이 69년 대비 모두 떨어진데 비해 정유공장은 모두 올라간 상반된 추세를 보인 것이다.
물론 환율 인상과 국제 원유값 상승이라는 특수한 여건이 있었지만, 수익지표가 이렇게 높은 데도 정유공장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가격인상 원인을 반영해서 제품가격의 대폭 인상을 허용하고, 석탄만은 물가 압력을 빙자해서 가격 인상을 지나치게 억제해 오는 것이 오늘의 연료 가격정책이다.
특히 지난번 가격 인상만 해도 석유공사에 대해서는 연간 2억 8천만원의 적자요인이 있다고 해서 14·1%의 석유 값 인상을 허용, 30억 원 이상의 흑자가 나도록 해주고 석공의 경우는 올해 적자예상액이 34억 원에서 27억 원 정도로 연간 7억 원 정도의 적자감축만을 목표로 가격인상을 행한 것은 도시 이해할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석탄산업은 석공의 생산량보다 민영탄광의 생산비가 싸게 먹히고 있어 기준가격인 석공 탄가의 효율적인 조정여부와 수급정책에 따라서는 민영 탄광의 개발을 얼마든지 촉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본래 연료의 근대화 과정은 석탄-석유-전기로 이행되는 게 일반적인 추세이나, 이것이 우리나라의 산업정책이나 소득 소비 수준에 과연 맞는 것인지는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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