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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당권주자들 "옥인동과 접촉 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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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아무개가 옥인동에 갔었다며?"

당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를 한달여 앞두고 한나라당 당권 주자들의 캠프에선 요즘 아침마다 이런 정보를 주고받으며 수군댄다. 서울 종로구 옥인동(玉仁洞)에는 지난 5일 일시 귀국한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의 자택이 있다.

대선 후 정계 은퇴를 선언한 李전총재는 귀국한 뒤 측근들에게 "내 앞에서 정치 얘기를 하지 마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당권 경쟁에 나선 주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지난 5년간 제1야당을 이끌어온 李전총재의 세(勢)는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 세를 업지 못한다면 최소한 다른 사람이 독식하지 못하도록 견제라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李전총재 측의 동정과 의중을 파악하기 위한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李전총재가 귀국한 후 서청원(徐淸源).최병렬(崔秉烈).김덕룡(金德龍)의원이 李전총재와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재섭(姜在涉)의원은 대구지하철 참사 당 대책위원장 자격으로 李전총재의 지난 5일 대구 방문 때 수행했다. 李전총재는 당권 주자들과의 전화통화 등에서 의식적으로 정치 문제에 대한 발언을 삼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崔의원이 "한번 뵙고 싶다"고 했으나 "시간이 되면 따로 연락을 주겠다"며 면담 약속을 잡지 않았고, 徐의원.金의원과의 전화통화에서도 안부인사만 나눴다고 한다.

李전총재의 한 측근은 "찾아오겠다는 사람을 막을 방법은 없지만 정치적인 오해를 살 수 있는 만남은 피하겠다는 생각이 확고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李전총재가 면담 요청에 응한 것은 박희태(朴熺太)대표권한대행.김영일(金榮馹)사무총장.김찬진(金贊鎭) 전 의원 등 당권 주자들과는 무관한 사람들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당 대표 경선 때 李전총재의 사람들이 특정 주자를 지지할 것이라는 소문에 대해 "대선 후보도 아닌, 당 대표를 뽑는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해 당내에 분란을 일으킬 짓을 왜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당의 한 관계자는 "李전총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일단 경선이 시작되면 후보들 간의 '창심(昌心=李전총재의 의중)' 논란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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