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응 깜짝 첫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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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4월 7일. 시즌 개막 1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LA 다저스의 에이스 라몬 마르티네스가 경기 도중 허벅지 근육을 다쳤다. 갑작스런 에이스의 부상에 토미 라소다 감독은 신인급 투수 한명을 그 자리에 투입했다. 그 투수는 그날 승리투수가 됐고, 이후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리고 이듬해 풀타임 선발로 자리를 굳혔다. 박찬호(30.텍사스 레인저스)의 7년 전 얘기다.

이처럼 주전투수의 부상은 선발 진입을 노리는 신인급들에게 주전 도약의 기회가 된다. 그 자리를 잡기 위한 후보들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5년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낸 서재응(26.뉴욕 메츠)에게 비슷한 기회가 왔다.

팀의 제3선발 페드로 아스타시오(34)가 갑작스런 어깨 통증을 호소해 로테이션에서 빠졌고, 이에 따라 아스타시오가 선발로 예정된 경기에 서재응이 투입된 것이다.

9일(한국시간) 플로리다주 포트 세인트루시의 토머스 J 화이트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선 서재응은 3이닝을 3안타.1실점으로 막아내며 승리투수가 됐다(시범경기는 3이닝 선발에게 승리투수의 자격이 주어진다).

서재응은 직구와 커브, 두가지 구질 만으로 카디널스 타선을 요리했다. 빠른 공의 구속은 최고 1백50㎞를 기록했다.

이전까지 두 경기에서 구원으로 등판했던 서재응은 시범경기 세번의 등판에서 7이닝 동안 5안타.2실점으로 방어율 2.57을 기록 중이다. 수치상으로 박찬호는 물론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보다 나은 기록이다.

서재응은 광주일고 3학년 재학 중이던 95년 김선우(몬트리올 엑스포스), 고교 1년 후배 김병현 등과 함께 청소년대표로 활약했고, 이듬해 인하대에 진학했다가 97년 뉴욕 메츠에 스카우트됐다. 98시즌부터 메츠의 마이너리그에서 뛰기 시작했고 그해 11월 방콕에서 벌어진 아시안게임에서는 2승을 올리며 금메달 획득에 한몫 했다.

99년 5월 팔꿈치 수술로 주춤했던 그는 2000년까지는 재활에 전념했고 부상이 완치된 2001년부터 컨디션을 회복, 그해 마이너리그 올스타에 뽑히는 등 기대주로 주목을 받아왔다.

서재응은 아스타시오의 부상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남은 시범경기에서 데이비드 콘.에런 헤일먼.제이슨 미들브룩 등과 함께 5선발 자리를 다툴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선우는 8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4이닝 동안 2실점하면서 행운의 승리투수가 됐고, 최희섭(시카고 컵스)은 9일 1안타를 추가하며 주전 1루수 굳히기에 들어갔다.

LA 다저스와 경기를 벌인 이승엽과 심정수는 각각 1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이태일 야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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