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남「스케치」2주5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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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화초에 물을 주다가 문득 뜬구름 가는 곳을 바라보니<구름 가네 바람 나도 한번 물새처럼 훨훨 날아 가봤으면….>노래 가락처럼 나도 한번 내 집을 떠나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싶은 심정에 젖어있을 때 뜻밖에도 문공부에서 월남전쟁기녹화를 그리기 위하여 화가들을 월남으로 파견하는데 나도 그 일원이 된다는 연락이 왔다.
이마 동 화백을 단장으로 한 10명의 화가 단에 소위 홍일점, 천가이니까 가나다순으로 말석에 끼여 6월14일 아침「프로펠러」군용기에 올랐다.
9천「피트」이상 높이 오르지 못하는 비행기는 늘 희한한 뭉게구름 속만을 뚫고 가는 것이어서 나는 기 창을 스치는 괴물 같은 구름들의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비행기는 먼저「필리핀」의「크라크」비행장에 착륙했다.
다음날 아침 역시 그 비행기는「사이공」을 향하여 그 괴물 같은 뭉게구름을 뚫고 날기 시작했다.
「사이공」에는 정오에 도착했는데 주 월 군사령관 이세호 장군의 친절한 배려로 우선「사이공」의 명동 가에 자리잡고 있는「미라마·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사이공」거리 표정은 징집된 메마른 청년들이 무질서하게 서성대는 집단, 그리고 통행금지 시간이 밤 10시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쟁하고는 너무도 거리가 먼 듯 평화롭게만 보이는 것이 되려 이상했다. 그러나 지저분한 거리의 영화관 간판들은 거의 향 항에서 수입된 만화 같은 날림 칼싸움 영화뿐인 것이었고「레코드」점「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청승맞고 통곡조의 월남유행가가, 생선을 썩혀 그 국물로 만든 월남간장 냄새와 섞여서 구토증을 일으키게 한다.
물밀 듯 헤 일 수 없는 자전거, 거기다가 일본「혼다」제품의「오토바이」가 정신없이 시끄럽게 거리를 흘러갔다. 그러면서도「아오자이」를 걸친 여인네가 긴 머리와「아오자이」자락을 팔랑거리며「혼다」를 타고 가는 모습은 아름답기만 했다.
체구나 용모가 빈약한 남자들에 비해서 여인들의 눈만은 아름다웠다. 어찌나 아름다운지 요기마저 서린 것 같고 애수가 잴잴 흘러 여자인 나마저도 그 쌍 까풀진눈 그 동자 속으로 흘러들어 갈 것만 같았다.
그런 아가씨들이 밤에는 거리에서 실에 꿴「재스민」의 꽃 목걸이를 팔고 있었다. 쌍 고름 하면서 묘한 향기를 뿜는「재스민」목걸이는 20원이었는데 어차피 시들을 것 같아서 안 사고 가니까 장사꾼들이 한국말을 잘 들 하면서「개새끼」하는 것이었다. 【글·그림=천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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