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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협상」에 성패 건 파리회담|월남종전과 사이공정권의 향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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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3일 월남종전을 위한「파리」협상이 재개된다. 지난 5월4일 미국에 의해 불참이 선언되었다가 약 두 달만에 다시 미국의 재개용의 표명으로 열리는 셈이다.
오늘날「월맹문제」는 요지경속처럼 파악하기가 힘들다. 단순한 미국식전쟁의 논리나「하노이」의 혁명의 논리나 일반적인 정치외교의 논리만으로는 설명되지가 않는다.
양자간의 끝없는 공격→반격→역습의 악순환 이면에는 정치나 외교의 논리로도 설명되지 않는 편집과 특수심리의 요인이 놓여있는 것 같다. 즉『나는 전쟁에 지는 최초의 미국대통령이 되지 않겠다…. 나는 패전하고 재선되느니 보다 승전하고 낙선하겠다』고 한「닉슨」의「아메리카·패트리어티즘」(애국주의)과, 지난 40년 동안「프랑스」·일본·「고·딘·디엠」, 미국하고 싸워온「하노이」공산주의자들의『그들만이 알 수 있는』광신적인 집념과 아집이 그것이다.
이렇게 볼 때「닉슨」과「애그뉴」가 대변하는 거인 미국과 호지명의 후예들 사이엔 엄밀한 의미의 대화와 상호 양보나 절충은 있기 어렵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파리」협상의 재개』 라는 한 개의 사건을 집어넣고 전망을 점쳐보자.
우선 타협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한쪽에 대두되고 있다.
타협이란『국제감시하의 휴전동의·미군포로석방·미군완전철수·북 폭과 기 뇌 봉쇄 해제』라는 도식을 내세운「닉슨」의「5·8제안」에 「하노이」가 응하리라는 낙관이 그 것이다. 이런 낙관은 7월8일「키신저」기자회견에 기초한 것이다.
그런 견해는 또 소-중공이 미군철수라는 1차 적인 선에서「하노이」가 일단 양보하고 월남정계변화라는 2단계 목표는 훗날의「정치적 방법」으로 연기하라고 중 용했으리란 추리를 펴고 있다.
「하노이」는 또 최근「팜·반·동」의 와병이 겹친 지도층 내 이견으로 강 경·온건파가 대립돼 있고 심각한 전략재평가회의까지 열렸다는「업저버」의 관측도 나와 있다.
이런 동요상태에서「수안·투이」가 북경·「모스크바」를 거쳐 모종 타협을 마치고「파리」로 귀임 하면서『공정하고 합리적인 태도』를 취할 용의를 밝혀 낙관론은 미국 관 변 에 까지 일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 같은 낙관의 다른 한편에는 어두운 비관론이 도사리고 있다.
즉 최근 중공을 다녀온 미국의「포드」하원 원내총무는 중공이 미국을 위해서「하노이」설득작업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다.
이점을 강조나 하는 듯이「하노이」의 외상「구엔·두이·트린」은 8일「인터뷰」에서 자기네 기본입장인「7개항 제안」이 지금도 변하지 않았으며 미국이 이 입장을 토대로 해 협상하지 않을 땐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13일자 북경 발「로이터」통신은 또 소련이 중공을 통해「하노이」에「탱크」보급을 추가하고 있다는 보드를 하고있다.
심지어「하노이」는 미국선거기에「후에」공격을 강화하는 여력이 있으리란 외부보도까지 나왔다.
그렇다면 과연 이 같은 낙관과 비관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인가.「닉슨」이나 「하노이」가 다같이『필사적』이기 때문에 대안에서의 한가한 예 진은 통하지가 않는다. 다만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이 미국의 대통령 선거다.
「쾅트리」를 잃고 월남 화 계획이 허물어지고「티우」가 비상대권 없이는 정적을 누르지 못하는 양 위기감을 토로하는『불리한』 마당에서「닉슨」이 북 폭 효과만을 믿고 회담을 재개한 것도 결국은 선거 때문이다.「하노이」도 선거를 최대한 이용하려 할 것이다. 즉 반전유권자의 압력과 반전후보의 진출을 최대한 이용해「티우」제거와「사이공」정권의 개편을 휴전의 전제로 고집할 것이다.
만약「맥거번」이 크게 진출한다면「하노이」는 한번쯤 더 군사공세를 시도해「닉슨」을 궁지에 몰아넣고 유리한 입장에서 흥정에 임하려 할 것이다. 반대로「닉슨」이 유력해지면 「하노이」의「티우」제거 고집도 누그러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같은 상한선과 하한선사이에서「키신저」「레·둑·토」비밀회담은 선거와 전황과 국제외교의 동향을 쌍수로 해 시시각각으로 오르락내리락 변할 것이다. 마치 온도계의 수은주 같은 식이다. 그러나 어떻든 비밀회담의 최대난제는「사이공」에「워싱턴」과「하노이」어느 쪽에 대해서도 크게 유리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크게 유해하지도 않은 신내각을 구성하는 문제일 것이다.
따라서 관심의 초점은 공식회담보다 비밀회담에 쏠리게된다. <유근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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