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획기적 아이디어 낸 직원, 1년간 자금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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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창의개발연구소의 모습. 창의개발연구소 과제로 선정되면 임직원들은 최대 1년까지 업무에서 벗어나 아이디어를 연구하고, 구체화할 수 있다. [사진 삼성전자]

# 아프리카 청년 마틴은 영화 마니아다. 하지만 그가 살고 있는 말라위의 시골 마을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해가 저물면 암흑으로 변한다. 하지만 이젠 밤에도 영화를 볼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가 만든 태양광 충전 영화 프로젝터인 ‘햇빛 영화관’ 덕분이다.

 # 8년째 루게릭 병을 앓고 있는 김형준씨는 몸이 굳어 움직일 수 없다.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건 눈동자뿐. 그는 삼성전자가 개발한 ‘안구 마우스’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눈을 깜빡이면 키보드로 문자를 입력할 수 있고, 간단한 프로그램도 실행한다.

 창조경제는 정부의 전유물이 아니다. 삼성은 임직원들이 열정과 재능, 창의적 아이디어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창의개발연구소’ 제도를 2010년 도입했다. 과제로 선정되면 최대 1년까지 업무에서 벗어나 아이디어를 연구하고, 구체화할 수 있다.

 창의개발연구소의 첫번째 성과는 장애인용 안구마우스다. 전신마비로 눈동자만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 컴퓨터를 이용하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이름도 ‘아이캔’(eyeCan)이다. 3차원(3D) 센서와 카메라 등을 활용한 시각장애인 자전거도 선보였다.

 삼성의 ‘기발한 탄생’ 3탄은 최근 선보인 이동식 태양광 충전 영화관이다. 이는 말라위를 돕기 위해 현지에서 진행한 ‘사회적 기업 아이디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유엔거버넌스센터 홍보관 출신의 한국인 김정태씨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한 것이다. 손전등으로 광원을 만들고, 돋보기를 확대경으로 쓴다. 나무상자로 껍데기를 씌우고, 값싼 소형 태양광 패널을 연결하면 각종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쏟아져 나온다. 제작비가 9만~10만원에 불과하고 전기요금도 필요 없는 영사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삼성은 창조경제 정책과 연계한 미래 노벨과학상 수상자 육성, 소재기술 육성, 정보통신기술(ICT) 융합형 창의과제 지원 등 3대 프로그램을 중점 추진한다. 이를 위해 앞으로 10년간 총 1조5000억 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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