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주주」미국 명 대학|기업 정책 결정권을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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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기업에서 1%미만의 주식을 가진 『정신적 주주』로서, 최근 미국의 대학들은 기업 활동의 최고 정책 결정에 참여하려는 당당한 주주로서의 권한을 요구하고 나섰다.
「닉슨」 대통령의 정치 자금 수수설로 화제가 되었던 미국의 세계적 대기업 ITT(국제 전신 전기 회사)에 4만3천의 주식을 가진 「스탠퍼드」대가 지난겨울 연방 정부와 타협하는 ITT의 활동에 반기를 들면서 이 움직임은 표면화했다.
소 주주의 권한 위임을 요구하는 ITT에 대해 「스탠퍼드」대는 공기업으로서의 책임과 공정성을 잃은 행동이라고 반박하고 나왔던 것이다.
20%이상의 재원을 이들 기업에 의존해야 하며, 대부분의 기금이 이들 대기업을 통해서 이루어지면서도 이 같은 행동을 취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투자한 주식에 따라 주주 행세를 요구하는 학생 단체의 압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개월 전 「하버드」대 생들은 「하버드」대의 「걸프」석유 주식 소유에 항의하여 대학 본부에서 1주일간 농성을 벌인 일이 있다.
「걸프」 석유의 「포르투갈」령 「앙골라」에서의. 기업 활동이 흑인 혁명 운동자를 탄압하고 있는 「포르투갈」 정부를 돕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투자된 주식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하버드」대는 『교수, 학생 협의회』를 구성하고 이 문제를 연구하는 중이다. 문제는 기업 활동의 사회적 과오와 대학의 교수 및 연구 활동의 균형에 있다는 것이 협의회의 결론이다.
최근 3년간 대학의 기업 투자 문제를 재검토하기 위해 교수-학생 협의회를 만든 대학은 「하버드」를 비롯, 「프린스턴」, 「다트마우드」, 「웨슬리언」, MIT, 「스탠퍼드」 등이다.
지난봄 「예일」대는 『윤리적 투자가』란 2백8면의 보고서를 내놓았는데 이는 이 문제에 관한 기본 서적이 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기업체에 투자한 대학의 책임을 일일이 분석하고, 교수·학생·동창·대학 행정 담당자 등으로 구성된 투자 위원회 조직을 대학이 가져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 같은 거창한 움직임에 비해 대기업들의 반응은 담담하다. 98%이상의 주식이 자기들 손아귀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록 자본의 힘에 눌려 큰 변화를 줄 수 없을지라도, 대학의 이 같은 움직임이 인문의 생명이나 기회, 아름다움을 파괴하는 행동을 저지시킬 수 있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을 갖게 될 것이란 것이 일반적인 풀이다. <외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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