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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나타난 여성해방운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여성해방운동이 시작된 후 사회 명분야에 걸친 여성들의 진출은 두드러진바 있지만 특히 남성의 전유물처럼 생각되었던 영화제작·감독분야에서 여생들이 대거 참여, 남성과 어깨를 나란히 영화활동을 벌여 주목을 끌고 있다.
여성들의 영화에 대한 관심과 영화에 대한 적극적 자세가 표면적으로 나타난 것은 지난 21일부터 미국 「뉴요크」5번가에서 시작된 제1회 세계여성영화 「페스티벌」. 이 「페스티벌」은 세계 각국에서 여성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소개하고 『영화사에 있어서 여성의 역할』에 대한 토론을 목표로 마련된 모임으로서 당초에는 최소한의 체면유지에만 신경을 썼으나 의외로 출품작이 많고 여성들의 관심도 대단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이 「페스티벌」에 출품된 영화는 장편극 영화 13편, 장편 「다큐멘터리」영화 4편, 단편영화 14편 등 모두 31편에 달하고 있는데 출품자의 이름을 보면 영화계에서 평생을 살아온 노장으로부터 전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 가운데서 비교적 이름이 알려진 기성영화인들은 「마이·제덜링」(『소녀들』) 「릴리아나·카바니」(「카니벌」의 해』) 「레온틴·사강」(「유니폼」의 소녀』) 「이다·루피노」(『중혼자』)등.
한편 영화계에 생소한 이름으로는 미국여성인 「바바라·로든」, 「케이트·밀레트」등이 있는데 이들은 영화보다는 오히려 여성해방운동으로 더 많이 알려진 인물들. 특히 「케이트·밀레트」는 『성의 정치학』의 저자로 유명한데 따라서 이들의 영화는 대체로 여성해방을 주제로 한 것들이 많다.
한 예로 「케이트·밀레트」가 출품한 『세개의 삶』(장편「다큐멘터리」)은 『아내나 어머니 따위의 전형적인 여성으로부터 탈피하여 인간으로서의 여성으로 새 출발하자』는 것이 주제.
이 「페스티벌」에 출품된 영화를 크게 양분하면 그 하나는 「케이트·밀레트」류의 보다 새롭고 특이한 소재의 영화이며 다른 하나는 기성영화인에 의한, 보다 예술적 감각을 중시한 영화이다.
그러나 후자의 작품들이 비록 세대차이는 느껴지지만 현재 진행중인 「여성해방」의 영향을 조금씩은 받고 있는 듯 하다는 것이 중평이고 보면 앞으로 여성에 의한 영화가 어떤 방향으로 나갈 것인긱 짐작하게 한다.
이번 「페스티벌」의 출품자 가운데 중간층에 속하는 「페니·밀러·어데이토」만 해도 그는 이미 TV영화의 「베테랑」으로 꼽히고 있으나 『우리 문화는 여성들이 어떤 역할이든 맡아 해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 그의 출품작 『거트루드·슈타인』에서 여성해방을 내용으로 한 보다 과감한 연출기법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젊은 층의 여성들이 그들의 성을 생활에 있어서의 「핸디캡」으로 생각하고 영화에서까지 이의 타파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대해 노년층은 비교적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1920년에 영화계에 투신, 「파라마운트」의 첫 여성감독이 된 「도로디·아즈너」를 비롯, 「메어리·엘렌·부트」 「슈트름·허쉬」같은 여성들은 여성의 성은 「핸디캡」이 아니라면서 남성에 대한 적개심을 예술에 나타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어쨌든 이러한 견해 차이에도 불구하고 「바바라·로든」 「케이트·밀레트」등 신인들은 여성해방을 영화계에 도입시킴으로써만 이 연로한 예술가들에게 당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젯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뉴요크·타임스 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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