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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민족문화연 주최 학술발표회 국어·국문학 연구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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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어국문학연구의 역사와 현황을 정리분석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논의한 학술발표대회가 24, 25일 고려대에서 열렸다. 국어국문학회 창립 20주년과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 창립 15주년을 기념해서 열린 이 학술발표회는 「국어국문학연구사」를 주제로 삼고 있다.
현대국어국문학은 19세기와 20세기의 교체기에 근대화 과정에서 대두된 언어·문학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서 싹텄다.
훈민정음의 원류, 현대국어의 음운론 및 형태음소론, 현대국어의 문법 등이 이 시대의 주요 연구과제였다.
그 이후 1945년까지 이러한 연구는 지속되었다.
그러나 조선왕조말기까지는 훈민정음·문학이나 한시문의 창작이 주가 되었고 일제시대이후 지금까지 최근 60년간을 본격적 연구기간으로 볼 수 있다고 박성의 교수(고려대)는 설명한다.
따라서 최근 간행된 「한국도서해제」 언어·문학편은 1910년부터 1970년까지 60년간의 국어국문학 분야의 논문과 저술을 망라하고 있다는 것.
여기에 수록된 단행본은 국어학 5백48종, 국문학 7백36종 등 모두 1천2백84종이고 논문은 국어학 2천9백건, 국문학 7천9건 등 모두 9천9백9건. 모두 6백68종의 논문집·잡지 등을 조사해서 나온 통계인데 일부 누락이 있을 것이나 대체적인 총괄로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국문학 분야가 국어학 분야보다 월등히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국어학 분야에서는 「문법·통사·문체」가 가장 많고 「음성·음운」·「어휘·어원·의미」·「국어교육·국어정책」 등이 많이 논의되었으며 국문학 분야에서는 「수필·평론」이 가장 많고 「총류」·「신시·현대시」·「시조·어부가」·「고대소설」 등이 많이 연구되고 있다.
이 같은 연구상황에 대해 이기문 교수(서울대문리대)는 방법론적으로 두 부류의 학자군으로 구분해 비판했다. ①구미언어학의 세례를 받지 못한 사람들과 ②구미언어학의 영향을 받아 이를 부분적으로 국어에 적용한 사람들이다.
첫째 부류는 방법상 간혹 독특한 것이 있긴 하지만 명예로운 것은 못되는 것이고, 둘째 부류는 부분적 적용의 타성으로 이에 만족감을 느끼고 이를 최선의 방법으로 생각하는 풍조가 생기게 됐다는 것.
이런 풍조 속에서 기초적 작업이 소홀하게 됐다. 각종의 사전편찬·색인작성·방언조사 등 일이 산적해 있는데, 그동안 「현대어사전」이나 「고어사전」도 좀더 보완돼야 할 것이며, 지금까지 나오지 않고 있는 「어원사전」이 나와야겠다고 주장했다.
이교수는 고문헌이본연구·색인작업 그리고 개탄할 상태에 있는 방언조사의 현황을 지적하고, 국어학자들의 체질적 취약성 특히 이론화 능력의 결여를 한심해 했다.
국어학연구의 성과가 언어학의 일반 이론의 발전에 공헌하는데 까지 진전돼야 할 목표설정도 약하다는 것이다.
한편 국문학분야의 연구사를 살핀 김동욱 교수(연세대)는 초기·해방후의 국문학자들을 몇 개 집단으로 나눠 비판했다.
초기의 국문학자들은 민족주의사관에 입각한 박물학자들로서 실제 국문학에 관해 언급한 양도 극히 적었으며 경성제대 출신의 국문학자들이 문헌적 연구·민속적 연구·유물사관적 연구로 길을 텄으나 아직 미숙한 단계였다.
해방 후에도 이들의 영향은 계속되어 문헌학파·민속학파·비교문학파·분석비평파 등의 집단이 활동하고 있으나 아직도 연구방법상 구분이 흐린 상태에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앞으로 국문학연구의 발전을 위해서 기초자료의 정리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 학자들의 공동이용을 위해 자료 센터가 마련돼야겠다고 했다. 규장각 도서가 서울대에 이관되어 다른 대학교수들은 이용이 불편하다는 이유도 제기됐다.
국어국문학의 연구가 한국의 역사성을 강조할 필요는 물론이지만 방법론적인 연구개선을 통해 국어학은 일반언어학과, 국문학은 문예학·문학과 연결되어 이의 발전에 공헌할 태세를 가다듬어야겠다는 주장이 전체적으로 다시 강조되었다. <공종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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